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전세 만기가 가까워도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비슷한 집이 동네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부동산 열 곳에 전화를 돌렸더니 아홉 곳이 "지금 전세 없어요"였고, 겨우 구한 집 현관 앞에는 이미 세 팀이 서 있었습니다. 지금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상승 국면이 현실이 됐고, 이건 제가 겪어 본 가장 무서운 주거 위기였습니다.

    전세 품귀 현상 (트리플 상승, 직주근접, 내집마련)
    전세 품귀 현상 (트리플 상승, 직주근접, 내집마련)

    트리플 상승이란 뭔지, 숫자보다 현장이 더 무서웠습니다

    혹시 전세 수급 지수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전세 수급 지수(Jeonse Supply-Demand Index)란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와 실제로 나와 있는 매물 공급의 균형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태, 즉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매물보다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수도권 일부 지역은 이 수치가 180에서 190을 찍고 있습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서도 수도권 전세 수급 지수 이상 과열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됩니다(출처: KB부동산).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180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인지는 숫자로는 전혀 전달이 안 됩니다. 퇴근 후 부리나케 달려간 집 앞에 이미 세 팀이 신발을 벗고 있었고, 중개사분은 "결정은 오늘 안에 주셔야 해요"라고 했습니다. 3분 만에 방 두 개를 보고 나왔고, 다음 날 아침 전화했더니 이미 나가 있었습니다.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당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하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당시엔 법 시행이라는 단발성 충격이었다면 지금은 구조적 공급 부족이라는 점입니다.

    트리플 상승이란 매매·전세·월세 세 가지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원래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차 시장이 흔들리면 매매가 받쳐주고, 매매가 과열되면 전세로 수요가 분산되는 식으로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지금은 그 안전판이 동시에 무너진 상태입니다. 5월 초 대비 7월 기준으로 서울 매물은 약 8천 건, 경기도는 약 2만 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됩니다. 동탄 지역의 두 달 누적 상승률이 6.78%를 기록했고,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최고 상승 지역인 성북구의 두 배 수준입니다. 5억 대 물건이 한 달 만에 1억이 오르는 장면을 저도 주변에서 들었는데,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은 그냥 더 먼 동네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와 그날 밤 식탁에서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집이 나가 있었고, 결국 만기 3주 전에 반전세로 갈아탔습니다. 보증금은 그대로인데 월세가 붙었고, 매달 자동이체 문자가 뜰 때마다 한숨이 나왔습니다. 아이 학원 하나를 줄일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한 게 불과 1년 전입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밀려난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습니다. 살던 동네를 제가 고르는 게 아니라 시장 조건이 골라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 전세 수급 지수 180~190: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극단적 과열 상태로, 현장에서는 한 매물에 여러 팀이 경합하는 상황이 일상화됩니다
    • 트리플 상승: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구조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 공급 절벽: 향후 5년간 신규 아파트 공급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아 수급 불균형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 매물 감소: 상급지로 이동하려던 집주인들이 이미 올라버린 시세 때문에 이사를 포기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도 겹쳤습니다
    요약: 전세 수급 지수 190에 육박하는 지금, 트리플 상승은 숫자가 아니라 현관 앞에서 직접 경합해야 하는 현장의 문제입니다.

    직주근접과 내집마련, 만기를 기다리면 선택지가 줄어들 뿐입니다

    그러면 지금 집을 봐야 한다면 어디를 봐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막연히 "서울이면 다 오르겠지" 하고 서울만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수도권에서 실질적인 상승 탄력을 받는 곳은 오히려 직주근접(職住近接) 요소가 강한 경기도 일부 지역입니다. 직주근접이란 일하는 직장과 거주지가 가까운 환경을 뜻하며,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통근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는 실수요자들이 이 요소를 최우선으로 봅니다.

    실제로 동탄은 삼성전자 평택·화성 사업장과의 근접성, 그리고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출퇴근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도권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기준으로도 동탄 일대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 추이가 다른 경기도 지역과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주식이 스위치처럼 켜고 끄는 자산이라면, 부동산은 장작을 넣은 모닥불처럼 한번 붙으면 타오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GTX-A 개통 이후에도 즉각 반응이 크지 않았던 건 시장 에너지 자체가 낮아서였지, 호재가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도 작년에 한 정거장 외곽까지 매물을 보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출퇴근이 20분 늘어나는 걸 감수해야 하나 싶어서 지하철 노선도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 생활권을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전세 만기가 1년 남았다고 안심하는 분들이 계신데, 1년 뒤 제 전세 보증금이 지금 살던 동네의 전세 한 칸을 여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는 전혀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 사이 시장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저는 그걸 한 번 몸으로 배웠습니다.

    세제 편의 발표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양도세·종합부동산세 관련 논의는 대부분 15억 이상 고가 주택에 집중돼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란 일정 기준 이상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공시가격 합산 기준이 적용됩니다. 10억 이하 단지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이 세제 변화가 직접적인 기회나 위협으로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실수요자 위주로 움직이는 3억~5억 대 시장은 세제 이슈보다 대출 한도 축소와 매물 감소가 훨씬 즉각적인 변수입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두 달 상승률을 열두 달로 환산한 수치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공급 절벽과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는 가정 위에 선 시나리오이므로, 숫자보다는 방향을 참고하는 게 안전합니다. "무조건 지금",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은 몇 년째 반복돼 온 말이기도 하니, 급한 마음에 원리금 감당이 안 되는 대출을 끌어쓰는 건 또 다른 위험입니다. 결국 대출이 실제로 나오는지, 원리금을 내고도 생활이 되는지는 각자 직접 계산해봐야 하는 몫입니다.

    • 직주근접 우선: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자리와 가까운 단지로 실수요가 몰리며, 동탄·기흥·구리 등이 대표적 수혜 지역으로 꼽힙니다
    • 역세권 대단지: 신축까지는 자금이 닿지 않더라도 역세권 대단지는 지금 남아 있는 가격대에서 실수요 마지노선으로 거론됩니다
    • 만기 전 검토: 전세 만기가 남았더라도 현재 보증금으로 생활권을 지킬 수 있을지를 지금 시점에 먼저 계산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세제 발표 대기 전략: 10억 이하 실수요 단지에는 세제 변화의 영향이 제한적이므로, 세제 편의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전략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약: 직주근접 실수요 지역은 서울보다 상승 탄력이 높은 시기이며, 전세 만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택 가능한 지역과 단지는 조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3년 전 그 단지를 "조금만 더 모아서 사자"고 돌아선 날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그때 이자 몇 년 치가 지금 시세 상승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기다린다고 조건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말, 저한테는 가장 아프게 남은 문장입니다. 자산을 불리자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자리를 지키자는 관점으로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 있다면, 저는 그게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급한 마음이 판단을 앞서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본인의 대출 여력과 월 상환 가능액을 먼저 계산하고, 내가 버틸 수 있는 가격대의 단지를 먼저 좁히는 것이 순서입니다. 시장의 방향을 참고하되, 내 숫자가 먼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4_yVYvQsd8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