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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작년, 둘째가 태어나고 집이 너무 좁아져서 같은 동네 넓은 단지로 이사를 알아봤습니다. 마음에 드는 매물까지 찾았는데, 계산기를 두드리는 순간 이사를 포기했습니다. 양도세에 취득세, 중개 수수료까지 더하니 몇 천만 원이 그냥 사라지는 구조였거든요. 저는 투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애 키울 방 하나가 더 필요했을 뿐인데, 세금 구조가 그 평범한 이사를 막았습니다. OECD가 2026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짚어낸 문제가 바로 이겁니다. 집값의 진짜 원인은 투기꾼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구조 자체라고요.

    한국 집값 (착시, 거래세, 공급)
    한국 집값 (착시, 거래세, 공급)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전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뉴스 헤드라인만 보면 서울 집값이 전고점을 뚫었다는 얘기가 연일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모든 집이 그만큼 올랐을까요? OECD 2026 한국 경제 보고서(출처: OECD)는 여기에 착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거래된 매물 중심으로 지수를 뽑다 보니, 시장에서 활발하게 팔리는 이른바 '인기 단지' 위주로 숫자가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거래 지수와 전체 지수의 차이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거래 지수란 실제 매매가 이루어진 물건만 집계한 가격 흐름을 말합니다. 이 거래 지수로만 보면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그래프가 나옵니다. 반면 전체 주택을 대상으로 한 지수는 훨씬 완만합니다. 덜 선호되는 지역과 구형 주택은 거래 자체가 잘 안 되니, 전체 평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는 거죠.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주요 단지는 전고점 돌파 얘기가 나오는데, 지방은 미분양과 공실이 넘칩니다. 그 평균이 집값 현황이라고 불립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좀 안도했습니다. 솔직히 헤드라인만 보고 막연히 불안해하던 게 있었거든요. 극단적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표현이 오히려 현실을 더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쪽에선 매물이 씨가 말라 가격이 치솟고, 다른 쪽에선 집을 줘도 안 가져간다는 게 지금 한국 부동산의 실제 모습입니다.

    • 거래 지수: 실제 매매 성사된 매물의 가격 흐름만 집계 → 인기 단지 편향으로 급등락이 크게 나타남
    • 전체 지수: 거래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 주택 대상 → 비거래 저가 물건이 포함돼 완만하게 보임
    • 결론: 평균 지표 하나로 시장 전체를 판단하면 착시가 생긴다 —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를 따로 봐야 한다
    요약: 거래된 집만 보면 급등장이지만, 전체 주택을 놓고 보면 다르다 — 양극화가 평균을 왜곡하고 있다.

    거래세가 높으면 사람도, 매물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때 부동산 사장님이 하신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돕니다. "요즘은 다들 이사 가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그냥 눌러삽니다. 그래서 이 동네는 매물이 씨가 말랐어요." 저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들었는데, OECD 보고서를 보고 나서야 이게 개인의 愚痴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걸 알았습니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GDP 대비 3.0%로 OECD 평균 1.6%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고 명시합니다(출처: OECD). 전체 세수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1.7%로 OECD 평균 5.1%의 두 배입니다. 상속·증여세는 더 압도적입니다. GDP 대비 0.6%를 걷는데, OECD 평균이 0.5%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독보적 1위입니다.

    그런데 이 높은 세금 안에서 구성이 문제입니다. 거래세란 집을 사거나 팔 때 발생하는 세금, 즉 취득세와 양도세를 말합니다. 보유세는 집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매년 내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여기 해당합니다. 한국은 거래세와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보유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 구조가 만드는 결과는 간단합니다. 팔면 세금 폭탄이니, 안 팝니다. 매물이 안 나오니, 인기 지역 가격은 더 오릅니다. 거래세가 시장을 통째로 굳히는 역할을 합니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LTV란 주택담보대출비율(Loan to Value)로, 집값 대비 빌릴 수 있는 한도를 뜻합니다. DSR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로,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입니다. OECD는 LTV처럼 집값에 상한을 거는 방식보다 DSR처럼 소득 기반으로 상환 능력을 보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연봉이 높아도 강남 아파트 사려면 대출이 2억밖에 안 나오는 지금 구조는, 결국 현금 부자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부자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득이 안정적인 맞벌이 부부도 자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요약: 세계 최고 수준의 거래세가 매물을 묶어두고, LTV 중심의 대출 규제가 소득 있는 실수요자를 배제한다 — 구조가 시장을 굳히고 있다.

    집값 잡는 법, 대구가 이미 증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뭘까요? 이미 답이 나온 사례가 국내에 있습니다. 대구입니다. 대구는 몇 년에 걸쳐 수요보다 많은 물량을 꾸준히 공급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매매가가 빠지고, 전세도 같이 빠졌습니다. 공급 과잉이 집값을 눌렀습니다. 이게 이론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로 검증된 결과입니다.

    반대로 지금 서울과 수도권은 어떤가요? OECD 보고서도 지적하듯, 소형·대형·중형 할 것 없이 신규 공급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착공이 지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3년 뒤 입주 물량은 지금보다 더 줄어듭니다. 공급 부족이 이미 예약되어 있는 셈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보면서 솔직히 좀 막막했습니다. 2~3년 전에 착공했어야 할 물량이 없다는 건, 이미 벌어진 일이고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OECD 보고서는 장기 해법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을 통한 토지 이용 효율 개선을 제시합니다. 용적률이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총 연면적의 비율입니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같은 땅에 더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서울은 이 용적률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낮은 편이라,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위치에 낡고 작은 집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고 싶은 위치에 살기 싫은 집이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제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이게 재건축이 막혀있을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신축이 감질나게 나올수록 희소성에 가격이 폭등하고, 그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공공 임대 역시 공급의 양보다 질과 위치가 중요합니다. 출퇴근이 불가능한 외곽에 40제곱미터 미만 소형만 짓는 식의 공급은, 공실률만 높이고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습니다. 민간 임대, 공공 임대, 기관형 임대 등 공급 주체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OECD의 권고도 같은 맥락입니다. 세제 역시 보유세 중심으로 재편해야 거래가 살아납니다.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이 줄어야 이사가 자유로워지고, 시장에 매물이 돌고,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대구 사례: 수요 초과 공급을 수년간 지속 →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 하락으로 집값 안정 실증
    • 서울·수도권: 착공 급감으로 향후 2~3년 입주 물량 부족이 이미 예정 — 단기 해소 불가
    • 장기 해법: 용적률 상향과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수요가 있는 도심 내 공급 확대 필요
    • 세제 개편 방향: 거래세(취득세·양도세) 인하 + 보유세 비중 확대로 거래 활성화 및 세수 안정화
    요약: 꾸준한 공급이 집값 안정의 검증된 특효약이지만, 지금 서울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 구조 개편 없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물론 OECD 보고서가 모든 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보유세를 올리라는 권고가 이론적으로는 맞아도,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오래 살던 집 때문에 매년 세금 고지서를 받아야 하는 현실은 보고서가 쉽게 담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7월 세제 개편이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거래세는 그대로 두고 보유세만 더 얹는 방향으로 갈지는 발표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건, 살고 싶은 위치에 살기 싫은 집이 버티고 있다는 그 한 문장이었습니다. 저도 지금 그 집에서, 늘어나는 아이 짐을 이리저리 옮기며 삽니다. 제도가 내 삶의 선택지를 조용히 줄여 놓는다는 걸, 그때 이사를 포기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세제 개편 뉴스가 나올 때 이제는 흘려듣지 않으려 합니다. 숫자 하나가 우리 가족의 다음 이사를 허락할 수도, 또 막을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30R2UN0M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