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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파는 사람이 오히려 돈을 빌려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도 처음엔 사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 지방 부모님 집을 팔 때 매수자가 꺼낸 "근저당 설정" 얘기에 그 자리에서 얼굴이 굳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도 방식을 두고 온 인터넷이 뜨거운 걸 보면서, 그때 제가 밤새 공부했던 그 구조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합법이냐 꼼수냐를 따지기 전에, 이 거래가 도대체 어떤 구조인지부터 알아야 논쟁도 의미가 있습니다.

채권최고액과 매도자 근저당, 구조를 알면 리스크가 보인다
이번 거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숫자가 17억 7천만 원짜리 근저당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보고 "17억 7천을 빌려줬다"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채권최고액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채권최고액이란 원금에 이자·연체이자까지 포함해 담보로 잡을 수 있는 최대 한도를 말합니다. 통상 원금의 120%로 설정하는데, 채무자가 이자를 안 내고 경매로 넘어갈 경우를 대비해 미리 여유를 두는 겁니다. 역산하면 실제 원금은 약 14억 8천만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왜 14억 8천이냐고요? 매매가 29억에서 계약금 10%(2억 9천)를 빼고, 선순위 전세보증금으로 추정되는 11억 3천을 빼면 남는 잔금이 딱 그 정도가 됩니다. 매도자가 그 잔금을 받는 대신 근저당을 설정해 소유권만 먼저 넘겨준 셈이죠. 이자는 법인세법상 당좌대출 이자율을 준용한 기획재정부 고시 기준인 4.6%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4억 8천의 4.6%면 월 이자가 약 565만 원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매도자에게 얼마나 불리한가입니다. 제가 직접 법무사 사무장님한테 한 시간 넘게 물어봤을 때 등골이 서늘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소유권은 이미 넘어가 있고, 전세입자가 선순위 채권자로 앞에 있으니 경매 낙찰가가 조금만 빠져도 후순위 근저당 권자인 매도자는 원금을 날립니다. 소유권을 회수할 방법도 없고, 경매를 쳐서 배당을 받는 데만 1년이 걸립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매도자가 근저당을 잡아주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이 사람에게 꼭 팔아야 하거나, 이 가격을 반드시 받아야 하거나.
지금 분당 재건축 예정 단지 상황을 보면 첫 번째 이유, 즉 "이 사람 아니면 살 사람이 없어서"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사업시행인가가 나기 전에 사고 싶어하는 수요가 워낙 많은 지역이거든요. 그러면 남은 건 두 번째, 이 가격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 비거주 1주택 보유세 인상,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같은 규제들이 겹치면서 이런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 채권최고액: 원금이 아닌, 이자까지 포함한 담보 설정 최대 한도. 통상 원금의 120%로 설정
- 선순위 전세보증금이 앞에 있으면 매도자의 근저당은 후순위가 되어 경매 시 손실 위험이 커짐
- 법정 이자율 4.6%는 기획재정부 고시 기준으로, 특수관계인 아닌 거래에서 준용되는 수치
- 매도자가 감수한 리스크: 소유권 이전 후 이자 미수령 가능성, 원금 미회수 가능성, 경매 시 배당 손실 가능성
부동산 규제의 역설, 막으면 막을수록 변칙이 나온다
제가 부모님 집 팔 때 결국 근저당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지방이라 매수자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도, 최악의 경우 부모님 노후 자금이 통째로 묶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저히 감당이 안 됐거든요. 어머니는 몇 달을 "그때 그냥 팔 걸" 하고 속을 태우셨지만, 결국 다른 매수자한테 조금 낮은 가격에 팔고 온 가족이 두 발 뻗고 잤습니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근저당이 합법이어도 내가 감당 못 할 리스크면 거절하는 게 맞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논란을 보면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거래의 합법성이 아니라 정책 기조와의 충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갭투자란 전세보증금을 사금융처럼 활용해 자기 자본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집을 매수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동안 정부는 이를 투기성 거래로 규정하고 실거주자 중심으로 대출받지 말고 현금으로 집을 사라는 기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거래는 전세입자가 선순위로 있고, 매도자가 잔금을 빌려주는 구조 자체가 전형적인 사금융입니다. 거래 방식과 정책 메시지가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죠.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수도권 재건축 예정 단지의 거래량은 사업시행인가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급감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거래 자체가 막히는 시장에서 양도 차익은 크고 규제는 겹치면, 결국 사람들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습니다. 역사적으로도 15억 초과 주택 대출 규제가 시행됐을 때 P2P 대출, 대부업체까지 동원해 집을 산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국세청 양도소득세 모의계산기 기준으로, 취득가 3억 6천에 10년 이상 거주·보유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홈택스). 장기보유 특별공제란 오랫동안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생긴 명목상 시세 차익 중 물가 상승분을 세금에서 제외해주는 제도입니다. 30년 전 3억 6천과 지금 3억 6천은 실질 가치가 전혀 다르니까 당연한 취지인데, 이 공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매도 시기를 앞당기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이 논란을 보면서 "저희도 근저당 잡고 팔아도 되는 건가요"라는 반응이 온라인에서 나오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허가가 나왔다면 이 구역도 이렇게 되는 거냐는 질문도 나오고 있고요.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명의 대여, 다운계약서, 차용증을 끼운 뒷거래 같은 변칙들이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실제 과거를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누른다고 눌러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 논란을 합법이냐 꼼수냐로만 보는 분들도 있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 두 가지 모두 부분적으로는 맞다고 봅니다. 다만 제 경험상 부동산 거래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무조건 멈추고 알아봐야 한다는 원칙은 흔들린 적이 없었습니다. 근저당이 뭔지, 채권최고액이 왜 120%인지를 알고 나면 이번 거래가 왜 이례적으로 보이는지, 그리고 왜 매도자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는지가 납득이 됩니다.
아무리 합법이어도 내 사정에 맞지 않는 리스크는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제도가 현실과 어긋나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틈을 찾아낸다는 것. 그게 이번 사건이 남긴 진짜 교훈 아닐까 싶습니다. 싸우더라도 알고 싸우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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