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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2억 5천만 원인데,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 한도는 12억 원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분들의 절반이 종부세 대상 언저리에 놓인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계산이 틀린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작년 여름 본가에서 아버지가 재산세 고지서 앞에 계산기를 두드리시던 장면이 겹쳤고, 그게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걸 그제야 실감했습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통장도 두툼해지진 않습니다
보유세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합쳐 부릅니다. 여기서 재산세는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되고, 종부세는 공시가격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에 추가로 물리는 세금입니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당시 상위 1%도 안 되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이른바 '부자세'였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급등하면서 대상이 조용히 넓어졌고, 이름은 그대로인데 적용 범위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 됐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공정시장가액비율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쉽게 말해 세금 계산의 기준점을 얼마로 잡을지 결정하는 숫자입니다. 현재 60%로 설정돼 있는데, 이게 100%까지 올라가거나 아예 폐지되면 세 부담이 한 번에 크게 뛰게 됩니다. 시세 10억 원짜리 집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금 연 100만 원 내던 재산세가 178만 원으로 오릅니다. 78만 원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게 확정된 얘기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직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치이고, 실제로 어떻게 설계될지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돼야 알 수 있습니다. 방향성만 참고하는 게 맞습니다.
제가 본가에서 아버지 고지서를 같이 들여다봤을 때, 집값이 올라서 손해 볼 건 없지 않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다가 들어갔습니다. 통장에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고 나가는 돈만 늘었다는 말씀을 들은 직후였거든요. 자산이 늘지 않았는데 지출만 늘면 그만큼 가난해진 거라는 표현이 처음에는 좀 과하다 싶었는데, 제 부모님 상황에 대입해 보니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증가 비중입니다. 30억짜리 집의 재산세 절대 금액이 더 많이 오르는 건 맞지만, 증가 비율만 놓고 보면 서울 중위 가격보다도 낮은 10억 원대 집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25년 기준 약 12억 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종부세 납부자의 절반이 은퇴 세대라는 지적도 저한테는 묵직하게 들렸습니다. 아버지가 가만히 계셨는데 집값이 올랐고, 현금은 안 들어오는데 세금은 늘어나는 구조, 그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무주택자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그게 월세나 전세에 얹혀 세입자한테 흘러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거주 형태에 상관없이 거주 비용 자체가 올라간다는 얘기이고, 이걸 남의 일로 두기가 어렵습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100%로 오르면 재산세 부담이 시세 10억 기준 78만 원, 20억 기준 245만 원 증가
- 종부세 기본 공제 한도 12억 원 vs 서울 중위 가격 12억 5천만 원 — 대상 범위가 조용히 넓어진 상태
- 보유세 증가 비중은 절대 금액이 아닌 비율 기준으로 보면 10억대 주택 보유자가 더 크게 체감
- 무주택 세입자도 임대료 전가 효과로 거주 비용 증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음
주택연금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지금 확인해야 할 이유
어머니가 주택연금 얘기를 꺼내셨을 때, 아버지는 말을 바로 돌리셨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가 부엌에서 조심스럽게 설명해 주셨는데, 애들한테 그거라도 남겨 주고 싶어서 그러신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사실 저도 마음 한구석에 그 집을 계산에 넣고 있었던 게 있어서, 그 순간 좀 찔렸습니다. 정작 두 분 매달 생활비가 얼마인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는 걸 그제야 알았고요.
주택연금이란 만 55세 이상 주택 보유자가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그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처럼 받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집은 그대로 살고, 집값을 조금씩 현금으로 받는 구조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준으로 시세 3억 원짜리 주택을 70세에 가입하면 월 약 90만 원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주택금융공사). 55세에 바로 신청하면 수령 기간이 길어지는 대신 월 금액이 줄기 때문에, 65세 이후에 신청하는 게 일반적으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수령 시기를 늦추면 더 받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주택연금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고 보신다면, 지금 고정된 가격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 건 상승분을 포기하는 셈이니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금흐름이 사실상 없고 세금은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집이라는 자산이 있어도 생활이 어려워지는 하우스 푸어가 되는 건 현실적인 위험입니다. 30억짜리 집에 사시다가 15억에 다운사이징하고, 남은 15억으로 노후를 꾸리는 방식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금액이 아니라도, 3억에서 5억 사이 집을 가진 분들도 월 100만 원 안팎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직접 숫자를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잘 모르는 부분이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소득세 계산 시 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는 제도로, 최대 80%까지 적용됩니다. 1세대 1주택 비과세는 12억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12억을 초과하는 시세 차익 부분에 대해서는 이 공제가 실질적인 세금 방어막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손질하겠다는 방향이 나오면서, 10년 이상 보유하며 80% 공제를 꽉 채워 둔 분들이 지금 판단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제가 직접 주변 사례를 들어보니, 이 공제 조건이 바뀌기 전에 미리 현금화하려는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벌써 현장에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개편안 발표 후에는 유예 기간이 생기겠지만 길게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 안에 움직이려는 매물이 쏟아지면 오히려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 갈지 미리 단정하면 안 됩니다. 최악까지 열어 두고 플랜을 여러 개 세워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 주택연금: 만 55세 이상 신청 가능, 65세 이후 신청 시 월 수령액 유리 — 3억 기준 70세 가입 시 월 약 90만 원
- 장기보유특별공제: 최대 80%, 12억 초과 차익에 대한 실질적 세금 방어막 — 개편 시 이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
- 버티기를 선택한다면 공시지가 여유를 먼저 확인할 것 — 신축보다 구축이 시세 대비 공시지가가 낮은 경향
-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공시지가가 낮은 편이면서 가격 상승 기대도 가능 — 보유세 방어력을 갖추면서 버티기에 상대적으로 유리
집에 오는 길에 아내한테 그날 얘기를 했더니 자기 부모님도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둘 다 한참 말이 없었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 잔씩 마시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날은 라디오도 안 켰던 것 같습니다. 지난 설에는 형이랑 처음으로 그 얘기를 제대로 했고, 결론은 못 냈지만 계속 미루는 것보다는 낫다 싶었습니다.
숫자에 감정을 넣으면 결정이 어긋납니다. 복비가 아깝고, 적금 이자가 아깝고, 이사가 귀찮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다 더한 것보다 1년 후에 달라질 숫자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값이 빠지는 지역이라면 전세가 유리하다는 말도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고, 내 현금흐름과 보유 기간과 세금 여력을 같이 놓고 봐야 나옵니다. 세금이 오르는 방향은 거의 확실해 보이고, 어디서 멈출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한 번쯤 부모님 통장 얘기를 꺼내 보는 게, 시세를 검색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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