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가 13억 원을 넘었습니다. 중위소득 가구가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는 전체의 7~8%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멍했습니다. 그러면서 1년 전, 전세 만기를 앞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샀던 사촌 누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잡힐까요? 아니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넘어갈까요?

    부동산 증세, 집값 잡힐까 (세금 정책, 임대차 시장, 공급 절벽)
    부동산 증세, 집값 잡힐까 (세금 정책, 임대차 시장, 공급 절벽)

    집권 1년 만에 꺼낸 세금 카드, 배경은 무엇인가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을 공식화했습니다. 집권 초기에 "세금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못 박았던 게 불과 1년 전인데, 그 최후의 수단을 벌써 꺼내 들었습니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1년 만에 상황이 나빠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유세(Property Tax)란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에 매기는 세금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대표적입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종합부동산세 실질 부담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기준선을 올려 세금이 더 많이 걷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짚어둘 게 있습니다. "보유세가 OECD 평균보다 낮으니 올려도 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저는 이 프레임이 좀 불편했습니다. GDP 대비 부동산 세금 총량을 보면 취득세·양도세까지 합산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3위권입니다. 보유세만 따로 떼서 비교하는 건 전체 그림의 일부만 보는 셈입니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더 올리면 세계 최상위 수준에 근접하게 됩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도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등록임대사업자란 일정 요건을 갖춰 지자체에 등록한 뒤 세제 혜택을 받는 임대인을 말합니다. 현재 약 6만 8천 가구가 양도세 중과 예외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를 시한부로 제한하겠다는 방향입니다. 기간 내에 팔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를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 보유세 인상: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검토, 다주택자 및 초고가 1주택 대상
    • 양도세 강화: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시한부 적용, 기간 내 미매각 시 중과
    • 이주비 대출 완화: 재개발·재건축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검토, 서울 약 3만 가구 공급 기대
    요약: 보유세·양도세 인상과 등록임대 개편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지만, 세금 총량으로 보면 한국은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세금을 올리면 임대차 시장은 정말 안정될까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과거에 세금을 올렸을 때 임대차 시장이 실제로 안정된 적이 있었나요? 제 기억으로는 세금이 강해질수록 임대차 시장이 요동쳤던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임대차시장이 불안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택은 자동차나 여행처럼 '안 사도 그만'인 상품이 아닙니다. 어딘가에는 반드시 살아야 하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임대인의 비용이 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전가됩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세금 올랐으니 월세 올린다"고 하면 세입자는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구조를 사촌 누나를 통해 코앞에서 봤습니다. 누나는 원래 "집은 깔고 앉은 돈이 아깝다"는 주의였습니다. 경기도 외곽에서 전세로 잘 살다가, 2년 만기 앞두고 집주인이 실거주 통보를 했습니다.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청구권, 쉽게 말해 세입자가 한 번 더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쓰려고 마음 놓고 있었는데, 실거주 예외 조항에 막혀 꼼짝없이 나가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누나가 전세 매물을 뒤졌는데, 매물이 씨가 말라 있었습니다. 전갱신율(계약 갱신 비율)이 50%에 달하면서—쉽게 말해 세입자 절반이 이사를 안 가고 버티면서—새로 구하는 사람은 들어갈 자리가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집 보러 다니는 게 아니라 줄 서러 다니는 기분"이라고 했던 누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누나는 영끌, 즉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그 동네 구축 아파트를 샀습니다. 사고 나서 한동안은 대출이자가 무섭다고 했습니다. "내가 집 살 사람이 아니었는데 세상이 등 떠밀어서 샀다"고 했을 때, 저는 솔직히 축하할 일인지 안쓰러워할 일인지 헷갈렸습니다. 등록임대 물건이 매물로 나오면 실거주자들이 사게 되고, 그러면 전월세 매물은 더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 꺼낸 카드가 임대차 시장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 매매가 약 2.5%, 전세가 약 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출처: 건설산업연구원). 물론 이는 가정 위에 선 예측이고, 시장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전세를 구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체감하고 계실 겁니다.

    요약: 세금 인상이 임대인의 비용을 높이면, 그 부담은 공급 부족 상황에서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급 절벽 앞에서 세금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다음 달 서울 신규 입주 물량이 단 450가구라는 수치를 보셨나요? 서울에 900만 명이 살고, 주택이 400만 호가 있는데, 한 달 공급이 450가구라는 건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올해 전체를 합쳐도 2만 세대 안팎이고, 내년은 더 적다고 합니다. 이게 공급절벽입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시장에 매물이 구조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상황에서 동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3개월간 동탄 아파트값이 약 4% 올랐고, 주간 상승률이 2.2%를 기록하며 5년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비규제 지역이라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까지 겹치면서 전국 외지인 매수까지 몰렸습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이 수치를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3개월에 4%니 연간으로 환산하면 15~20%"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저는 이 셈법이 좀 위험하다고 봅니다. 단기 급등이 1년 내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단기 급등 뒤에는 숨 고르기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억 배상 사례처럼 자극적인 사례도 시장 전체의 현상이 아니라 극단적인 한두 건일 수 있습니다. 수치는 분위기를 읽는 데 쓰되, 그대로 믿고 따라 들어가면 고점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세금이 세질수록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이 있습니다. 다주택자는 세금이 무서워 팔 수 있지만, 1주택자는 다릅니다. 마지막 한 채를 팔면 무주택자가 되는데, 지금처럼 전세·월세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그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금이 세질수록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겠다는 실거주 욕구가 강해지고, 그게 또 임대 매물을 줄입니다. 정부의 의도와 시장 반응이 어긋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주비 대출이란 철거 직전 단계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주민들에게 지원하는 대출로, 이게 막히면 공사 자체가 멈춥니다. 이 규제만 풀려도 서울에서 약 3만 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세금보다 공급이 먼저라는 주장이 조금씩 정책에 반영되는 신호로 읽힙니다.

    • 서울 다음 달 신규 입주: 450가구 — 900만 명 거주 도시에서 사실상 공급 없음
    • 전갱신율 50% — 세입자 절반이 이사를 못 가면서 신규 매물 감소 악순환
    • 이주비 대출 완화 검토 —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서울 3만 가구 공급 가능성
    요약: 공급 절벽 상황에서는 세금만으로 집값을 누르기 어렵고, 이주비 대출 완화 같은 공급 측 대응이 병행되어야 시장이 반응할 수 있습니다.

    사촌 누나가 영끌해서 집을 산 지 1년이 됐습니다. 운 좋게 그 동네가 꽤 올랐고, 누나는 웃었지만 저는 마냥 웃기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떨어졌으면 그 영끌이 그대로 짐이 됐을 테니까요. 결국 정책이 의도한 방향과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향은 자주 어긋납니다. 규제가 세질수록 "어차피 못 빌리니 사자"는 결론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장면을, 저는 가족을 통해 직접 봤습니다.

    세금이 답인지 공급이 답인지를 두고 논쟁은 계속되겠지만, 분명한 건 정책의 효과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보실 때 정부 발표와 함께 실제 임대차 시장의 매물 추이, 이주비 대출 완화 여부, 공급 일정 등을 함께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세금 뉴스에 쏠리다가 정작 중요한 공급 지표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YDZILpLz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