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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 매물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아 그냥 마음을 내려놨다는 분의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도 작년 가을에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 싶었거든요. 지금 부동산 시장은 집값 문제가 아니라, 살 곳 자체가 사라지는 문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전월세 씨가 말랐다 (성과급 수요, 보유세, 공급 한계)
    전월세 씨가 말랐다 (성과급 수요, 보유세, 공급 한계)

    성과급 수요가 만든 조용한 이사 행렬

    작년 가을 동기 모임에서 반도체 협력사에 다니는 친구가 성과급 얘기를 꺼냈을 때, 처음엔 다들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숫자를 듣고 나서 테이블이 잠깐 조용해졌어요. 저는 웃으면서 "야, 한턱 쏴라" 했지만 속으로는 좀 멍했습니다. 같은 해에 입사해서 비슷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서로 완전히 다른 트랙에 서 있었던 겁니다.

    그 친구가 두 달 뒤에 이사를 갔습니다. 집들이에 갔더니 거실 창으로 학교 운동장이 보이는 집이었어요. 애들 뛰어노는 걸 보면서 아내가 "좋다" 하는데, 저는 그 말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었어요. 부러운 감정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감정이 저만의 것이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재직자 약 12만 명에 SDI, SDS 등 주요 계열사를 합치면 약 18만 명, 여기에 SK하이닉스 재직자 약 6만 명을 더하면 24만 명 규모가 됩니다. 거기에 증권사·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등 금융권 인센티브 대상까지 합산하면 약 30만 명이 단기간에 목돈을 손에 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프리미엄 주거 수요(premium housing demand), 즉 소득 급증으로 생활환경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실수요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상입니다. 여기서 프리미엄 주거 수요란 단순 투기가 아니라, 충분한 자금 여력이 생긴 사람들이 더 쾌적한 환경으로 실제 이주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수요를 의미합니다.

    대만 TSMC 사례가 이미 이 흐름의 결과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TSMC 종사자 급여는 대만 전체 기업 평균의 다섯 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격차가 신주·타이페이 지역 집값 급등과 소득 양극화 심화로 이어졌다는 것은 출처: IMF 세계경제전망(WEO)에서도 부동산과 소득 불균형의 상관관계로 다뤄진 주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삼성전자 본사·계열사 합산 약 18만 명, SK하이닉스 약 6만 명 — 총 24만 명 규모의 성과급 수혜층
    • 증권·자산운용·투자자문 등 금융권 포함 시 약 30만 명이 단기 목돈 확보
    • 대만 TSMC는 같은 경로를 먼저 걸었고, 결과는 소득·주거 양극화였음
    요약: 반도체·금융권 성과급으로 30만 명 규모의 실수요층이 생겨났고, 이들의 이주 욕구가 특정 지역 집값 상승의 실질적인 연료가 되고 있습니다.

    보유세 신호를 읽는 법

    집들이에서 돌아오던 날 밤, 저는 괜히 아이한테 짜증을 냈습니다. 두고두고 미안했어요. 그리고 그 무렵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남는 돈을 그냥 예금에 넣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와서 보면 안전했다기보다 그냥 결정을 안 한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그 친구 단지 시세를 검색해 봤다가 창을 그냥 닫아 버렸어요.

    그때 제가 놓친 신호 중 하나가 보유세 논의였습니다. 보유세(property holding tax)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대표적입니다. 정부가 이것을 꺼내 든다는 것은 단순한 규제 강화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집을 보유한 유권자들에게 표 떨어지는 소리를 감수하면서도 카드를 꺼냈다면, 그 자체가 정부가 향후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을 얼마나 심각하게 전망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신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보유세 논의를 "집 사지 말라는 경고"로만 받아들이면 절반만 이해한 겁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만큼 오를 것 같다고 정부도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살 돈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으로 매입을 결정했다가 보유세까지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손해입니다. 취득세, 인테리어 비용, 그리고 매년 올라갈 수 있는 보유 비용까지 계산에 넣어야 진짜 준비가 된 것입니다.

    지금은 매달 한 번씩 아내랑 통장이랑 대출 한도를 놓고 숫자를 맞춰 봅니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고 결론 없이 끝나는 날도 많지만, 최소한 밀려나는 것을 구경만 하지는 않게 됐습니다.

    요약: 보유세 카드를 꺼낸다는 것은 정부도 가격 급등을 걱정한다는 신호이며, 매입 결정 시 취득세·인테리어·보유 비용까지 통합해서 계산해야 합니다.

    공급 한계, 대통령 탓만 할 수 없는 이유

    재작년에 그 친구 단지 근처 매물을 한 번 보러 갔다가 "여기는 우리랑 안 맞는다"며 돌아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솔직히 안 맞았던 게 아니라 겁이 났던 것이었죠. 그때 그 동네에서 지금도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에서는 제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공급이 왜 이렇게 느린지를 이해하려면 늘공(career civil servant), 즉 정권이 바뀌어도 자리를 지키는 실무 관료집단의 역할을 봐야 합니다. 여기서 늘공이란 국토부·LH·SH·경기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실제로 부지 확보, 인허가, 시공을 집행하는 전문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을 말합니다. 대통령이 공급 지시를 내려도, 실무단에서 법적·제도적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착공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태릉, 용산, 마사회 부지 등 여러 차례 발표된 공급 계획이 지금까지도 가시적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주민 동의, 문화재 검토, 안전 감리 확인 등 절차적 민주성을 지키는 법과 제도가 촘촘히 쌓여 있어서, 과거처럼 밀어붙이기식 공급은 이제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출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일정만 봐도, 지구 지정부터 입주까지 통상 7~10년이 걸리는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급 발표를 들을 때 "언제 입주 가능한가"를 먼저 따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착공 예정이라는 뉴스와 실제 내 집과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멉니다. 단기 공급 확대를 기대하며 결정을 미루는 것은, 제 경험상 이건 좀 위험한 가정입니다.

    • 환경영향평가·주민 동의·안전 감리 등 절차가 많아지며 공급 속도가 구조적으로 느려짐
    • 지구 지정부터 입주까지 통상 7~10년 소요 — 단기 공급 기대는 과도한 낙관
    • 역대 정부의 공급 발표 부지 상당수가 현 정부에서도 그대로 재활용되는 구조
    요약: 공급 지연은 정권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절차적 민주성을 지키는 법·제도의 구조적 문제이며, 단기 공급 기대를 전제로 한 결정은 위험합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한동안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 다른 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남들 성과급이 오르는 동안 제 선택지가 어떻게 줄고 있는지는 한 번도 계산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부러워하는 데는 몇 시간을 쓰면서, 정작 우리 집 형편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제대로 앉아서 따져 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전세가율(lease-to-price ratio)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매가 대비 전세 보증금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 손실 위험이 커집니다. 전월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면 이 비율이 올라가면서 세입자는 더 큰 보증금을 내고 더 적은 선택지 안에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원래는 등기를 치기 싫었는데 전세 대안이 사라지면서 결국 매입으로 밀려났다는 분들의 얘기가 낯설지 않은 이유입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처럼 교통망 확충으로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나, 용인·수원·화성 같은 광역 거점을 실질적인 주거 대안으로 키우는 방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 논쟁까지 얹히면 의사결정이 더 복잡해지고요. 중장기 플랜이 자리를 잡기까지, 당장의 공백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뉴스를 보면 부러워하기 전에 우리 숫자부터 열어 보는 버릇이 조금 생겼습니다. 성과급이 얼마인지, 집값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우리 대출 한도와 보유 비용이 얼마인지를 먼저 보게 됐다는 뜻입니다. 트리플 상승(매매·전세·월세 동반 상승)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닌 시대에, 그 감각만이라도 유지하려고 합니다.

    요약: 전월세 매물 감소와 트리플 상승 속에서 선택지는 줄고 있으며, 대출 한도·보유 비용·전세가율을 직접 계산하는 것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비입니다.

    단칼에 해결하는 방법은 없어졌다는 말이 제일 오래 남았습니다. 듣기엔 씁쓸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만큼 정직한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어떤 규제가 나와도 구조적인 흐름은 단번에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 형편에 맞는 지역의 전세가율을 확인하고, 보유세까지 포함한 실질 비용을 계산하고, 공급 일정이 실제로 언제 현실화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결론 없이 끝나는 날이 많더라도, 숫자를 열어보는 습관 자체가 밀려나는 속도를 늦춰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lNF9G6h7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