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열심히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통장 잔고는 늘어나는데 목표는 오히려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 그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제가 20대 후반에 부동산 앱을 열었다가 눈여겨보던 아파트가 1년 새 제 연봉보다 더 오른 걸 보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던 그 밤처럼, 그 허탈함은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비교 대상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겁니다.

    20대 집 마련 (잘못된 비교, 생애 소득, 준비 전략)
    20대 집 마련 (잘못된 비교, 생애 소득, 준비 전략)

    잘못된 비교가 20대를 갉아먹는다

    3년 차 직장인이 20년 차 선배의 자산을 보며 좌절하는 건, 마라톤 출발선에서 막 뛰기 시작한 사람이 30킬로 지점의 주자를 보며 "나는 왜 저기 없지?"라고 자책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차이를 이상한 결핍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연봉 6,500만 원에 3년 만에 7,000만 원을 모았다면, 같은 세대 기준으로는 상위권에 속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약 6,400만 원 수준입니다(출처: 통계청). 사연자분이 "못 살고 있다"고 느끼는 그 수치가, 실제로는 평균을 웃도는 숫자입니다.

    그런데도 뒤처진 느낌이 드는 이유는 비교 풀(pool)이 잘못 설정됐기 때문입니다. 비교 풀이란 내가 나 자신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집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누구랑 싸우고 있나"의 문제죠. SNS와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공무원인데 30억 벌었다" 류의 게시물이 비교 풀을 왜곡합니다. 제가 직접 느껴봤는데, 그런 글은 허위 과장이거나 극단적 사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게 평균치처럼 느껴지는 건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더 많이 노출하기 때문이죠.

    조급함이 가장 무서운 건, 결국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수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회사 선배가 지방 분양권으로 몇 천을 벌었다는 말에, 잘 알지도 못하는 소도시의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 직전까지 알아봤거든요. 주말에 왕복 네 시간을 들여 모델하우스까지 다녀왔는데, 마침 아버지가 "네가 그 동네를 아냐"고 딱 한마디 하셔서 멈췄습니다. 그 단지는 몇 년이 지나도록 가격이 제자리였고, 전세도 잘 안 나간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아래는 잘못된 비교가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함정들입니다.

    • 비교 풀 왜곡: SNS·커뮤니티 성공 사례를 평균으로 착각해 실제 자신의 위치를 과소평가하는 현상
    • 세대 간 비교 오류: 10~20년 먼저 출발한 선배들의 자산 수준을 3년 차 기준으로 따라잡으려는 비현실적 목표 설정
    • 비규제 지역 단타 유혹: 모두가 "된다"고 할 때 진입하면 오히려 고점 매수가 될 가능성이 높고, 생애 최초 혜택을 소진하는 리스크까지 겹친다
    • 기회비용 손실: 잘 모르는 지방 아파트에 묶이면 이직, 결혼, 수도권 이동 등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발목이 잡히는 케이스가 빈번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의 중상위권 주택을 사회생활 3년 만에 살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냉정한 현실 직시이자, 오히려 지금 자신을 향한 진짜 위로입니다. 솔직히 이건 처음 들었을 때 차갑게 느껴지지만, 잘못된 죄책감을 걷어내 주는 가장 명확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20대의 좌절 대부분은 잘못된 비교 풀에서 비롯되며, 동일 세대 기준으로 보면 자신은 이미 평균 이상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무리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생애 소득을 키우는 것이 진짜 준비 전략이다

    부동산 시장은 과거 6~7년만 들여다봐도 급등, 급락, 재급등을 반복해 왔습니다. 2021년까지 폭등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22~2023년에 20~30% 하락했고, 일부 단지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리고 2024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기반으로 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이 등락 패턴은 명확히 확인됩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지금 20대가 앞으로 살아갈 60~70년 동안, 이런 급락 기회는 통계적으로 열 번 이상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기회가 오느냐 안 오느냐가 아닙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느냐입니다. 2022~2023년 급락기에도 돈이 있었는데 못 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회인 줄 몰랐거나, 알았어도 확신이 없었거든요. 저도 그 시기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이 대목은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그렇다면 20대가 지금 집중해야 할 준비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생애 소득(Lifetime Income)을 키우는 것입니다. 생애 소득이란 앞으로 내가 일하는 기간(근로 연수)에 연봉(근로 소득)을 곱한 총량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평생 얼마를 벌 수 있는가"의 문제죠. 이 수치를 두 배로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 맞벌이이기도 하고, 이직이나 역량 개발을 통한 연봉 상승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확실합니다. 그 시절 지방 분양권에 들어가지 않고 이직 준비와 자격증 공부에 투자한 결과, 몇 년 뒤 연봉이 오르면서 돈이 모이는 속도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소득이 늘어나니 투자 여력이 생겼고, 그 여력을 바탕으로 급락기에 첫 집 마련의 기회를 겨우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 시절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투자는 부동산이 아니라 제 몸값이었습니다.

    생애 최초 대출은 무주택자에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즉 집값 대비 빌릴 수 있는 금액의 비율)를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는 강력한 혜택입니다. 여기서 LTV란 내가 가진 자본 대비 레버리지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이 혜택을 한 번 쓰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잘 모르는 지방 아파트에 이 혜택을 소진하면, 정작 필요한 타이밍에 쓸 수 없게 됩니다. 결혼이 확정되고 실거주 지역이 정해진 뒤 생애 최초 혜택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입니다.

    투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이건 무조건 된다"고 외칠 때가 오히려 고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코스피 급락 사례가 잘 보여줍니다. 레버리지(Leverage)란 빌린 돈을 더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손실도 증폭시킵니다. 경험과 자본이 얕은 상태에서 레버리지를 쓰는 건, 쉽게 말해 카지노에서 첫 판에 전 재산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요약: 부동산 급락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오지만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고, 20대의 진짜 전략은 지방 단타가 아니라 생애 소득과 생애 최초 혜택을 아껴두는 장기전입니다.

    1990년대 초 신문에는 "치솟는 집값, 내 집 꿈을 분노로 표출한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지금 좋은 집을 가진 60~70대도 청년 시절엔 똑같이 집값 앞에서 무너졌던 세대입니다. 그 세대도 시간과 준비로 기회를 잡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20대의 조급함은 완전히 이해하지만, 인생은 조급한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집값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소득을 더 늘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일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말 좋은 동반자를 만날 준비가 됐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 20대에게 가장 현실적인 투자입니다.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그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koIR9aNh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