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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부모님 댁에 날아온 종부세 고지서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강남도 아니고 서울 외곽에서 20년 넘게 사신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 분들인데, 공시가격이 12억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종부세 대상이 됐다는 안내를 받으신 겁니다. 지금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올리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이런 상황이 저희 부모님만의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왜 지금 보유세·양도세를 동시에 올리려 하는가
2025년 7월 말, 정부는 세제개편 관련 2차 토론회를 마쳤습니다. 나온 방향은 고가·초고가 주택에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되, 대규모 증세보다는 좁은 대상에 강력한 세금을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공제 기준인 12억 원을 더 올리는 대신, 초고가 구간의 세율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안이 논의됐습니다.
여기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란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재산세와 별도로 추가 부과되는 세금을 의미합니다. 재산세가 모든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것과 달리, 종부세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내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기준선이 현실 집값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과세 대상이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가구가 전년 대비 17만 가구 늘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3억 원 수준인 상황에서, 토론회 일각에서 초고가 기준으로 거론된 시가 10억 원 선이 실제 기준이 된다면 서울 아파트의 60~70%가 초고가 구간에 들어오게 됩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멍했습니다. 초고가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와 현실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과거 종부세는 압구정·청담 등 일부 지역의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살면 웬만해서는 종부세를 내는 구조로 바뀌었고, 이번 개편안 방향대로라면 과세 범위는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종부세 공제 기준: 현행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 기준 상향 검토 중
- 초고가 구간 세율: 현행 대비 최대 두 배 인상안 논의
- 비거주 1주택자: 실거주 여부에 따라 다주택자에 준하는 세율 적용 검토
- 과세 대상 확대: 공시가격 12억 초과 가구 전년 대비 17만 가구 증가
세금이 이동을 막으면 시장에 무슨 일이 생기나
재작년에 아이 학교 문제로 갈아타기를 진지하게 알아봤다가 양도세 예상액을 보고 이사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중개수수료와 취득세까지 합산하면 비슷한 수준의 집도 못 가고 오히려 평수를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거든요. 그때 제가 직접 겪으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세금은 단순히 얼마를 더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구조 자체를 바꿔버린다는 것입니다.
양도소득세(양도세)란 부동산을 팔 때 발생한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문제는 이 세금이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기 때문에, 세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람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팔아서 이동하는 순간 세금으로 20~30%가 빠져나가면, 동일한 가격대 이상으로는 사실상 이사가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남는 선택지는 다운그레이드 아니면 현 위치 고수뿐입니다.
미국의 경우 기존 집보다 더 비싼 집으로 이동할 때 양도세를 이연하거나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여기서 과세 이연이란 세금 납부 시점을 나중으로 미루는 방식으로, 당장의 세 부담 없이 자산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거래를 막지 않으면서도 최종 이익 실현 시점에 세금을 걷는 구조인데, 우리나라는 이동할 때마다 세금을 중간에 다 걷어가기 때문에 상급지 이동 자체가 봉쇄되는 효과가 생깁니다(참고: 미국 IRS 양도세 규정).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악순환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갈아타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 시장에 매물이 잠기고, 매물이 줄면 남아있는 집값을 다시 밀어올립니다. 세금이 집값을 잡으려다 오히려 올리는 역설이 생기는 겁니다. 제가 이사를 포기하고 눌러앉은 것처럼 조용히 선택을 바꾼 사람들이 모이면 그게 곧 시장의 흐름이 됩니다.
매물 잠김이 심해지자 정부 차원에서도 일부 다주택자에게 한시적 양도세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세금을 올리면서 동시에 퇴로를 열어주는 방향을 병행하겠다는 건데, 양쪽 방향이 서로 충돌하는 정책이다 보니 실효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실거주자가 지금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비
아버지는 은퇴 후 연금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으신데, 살던 집 공시가격이 올랐다고 종부세 고지서를 받으셨습니다.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세금만 늘었다는 게 영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시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이번 세제개편 논의에서 은퇴·고령자에 대한 과세 이연 보완책이 거론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인 부분입니다. 소득 없이 자산만 있는 경우에는 보유세 납부 자체가 생활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지금 단계에서 이 개편안은 아직 공식 발표 전이라는 점입니다. 토론회 발언과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예상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실제 발표에서는 기준선과 세율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방향성을 파악해두되 확정된 수치처럼 받아들여 섣불리 매도나 매수를 결정하는 건 위험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시기에 감정적으로 움직이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세제개편이 예고된 이 시점에 실거주자로서 챙겨볼 항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공시가격 확인: 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서 본인 주택의 현행 공시가격을 확인하고 종부세 대상 여부를 미리 파악해두세요.
- 갈아타기 계획이 있다면 세전·세후 실수령액 계산 먼저: 부동산 세무사에게 양도세 시뮬레이션을 받아보고 이동이 실제로 득인지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 비거주 1주택자는 주의 필요: 실거주 여부에 따라 과세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안이 논의 중이므로 거주 요건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 고령·은퇴 가구는 과세 이연 보완책 추이 모니터링: 소득 없는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가 병행 도입될 가능성이 있으니 발표를 주의 깊게 지켜보세요.
세금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말이 이번 논의에서 가장 와닿았습니다. 작년엔 문제없다가 올해는 갑자기 세금 폭탄이 되는 구조라면, 성실하게 계획을 세운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됩니다. 똘똘한 한 채로 정리하라고 해서 세금을 내가며 합쳤더니 이번엔 그 한 채가 표적이 된다는 얘기는 정책 신뢰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방향이 어느 쪽으로 정해지든 간에, 발표 내용을 꼼꼼히 따라가면서 본인 상황에 맞는 세금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입니다.
세제는 늘 사람보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작년 고지서를 옆에서 같이 들여다보던 그날 이후로 저는 부동산 세금 뉴스를 남 일처럼 흘려보내지 않게 됐습니다. 큰돈이 얽힌 결정 앞에서는 무조건 세금부터 먼저 계산해보는 습관, 이게 지금 시기에 실거주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발표가 나오면 내용을 직접 확인하시고, 필요하다면 세무 전문가와 한 번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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