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한동안 보유세가 오르면 집주인이 힘들어지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주인 아주머니가 세금 고지서를 직접 보여주시며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셨을 때, 처음으로 그게 제 통장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보유세·장기보유특별공제·공정시장가액비율,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연결되어 세입자의 주거비로 흘러오는지,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보유세 인상이 세입자에게 오는 이유 (조세전가, 장기보유특별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보유세 인상이 세입자에게 오는 이유 (조세전가, 장기보유특별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세 전가: 세금은 위에서 매겨도 청구서는 아래로 흐릅니다

    재계약 시즌에 복도에서 마주친 집주인 아주머니가 미안한 표정으로 월세를 10만 원 올려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보유세 고지서를 직접 꺼내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때 속으로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세금은 집주인한테 매긴 건데, 왜 내는 건 결국 저인가 싶어서요.

    그날 밤 주변 시세를 검색해보니 다른 매물은 이미 더 올라 있었습니다. 이사 비용과 부동산 수수료를 계산해보니 그냥 도장 찍는 게 나았어요. 결국 며칠 고민하다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그게 바로 조세 전가(tax shifting)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조세 전가란 납세 의무자가 세금 부담을 다른 경제 주체에게 넘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낸 세금이 임대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스펀지가 물을 잔뜩 흡수하면 무거워지듯, 집주인이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되면 그 무게는 결국 임대료라는 방식으로 짜져 나옵니다. 집을 팔지 않는 한 이 구조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유세가 올라도 매물로 나오는 비율보다 전월세를 올리는 쪽을 택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게 과거 정책 시행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출처: 한국은행).

    • 보유세 인상 → 집주인 세부담 증가 →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
    • 전세 유지 대신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는 사례 증가
    • 세입자는 이사 비용·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선택지가 사실상 없음
    요약: 보유세가 오르면 집주인은 버티면서 임대료를 올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양도세 폭탄보다 버티기가 합리적입니다

    아버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거실에서 한숨 쉬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팔면 양도세, 갖고 있으면 보유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시더니, 결국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셨어요. 어릴 때는 세입자한테 너무하신 거 아닌가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매우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였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란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거나 거주했을 때 양도 차익에서 일정 비율을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집을 오래 보유할수록 팔 때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입니다. 현재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 두 가지를 함께 반영하는 구조인데, 이번 세제 개편에서는 거주 기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년 보유에 2년 거주한 경우, 현행 기준으로는 보유 40%와 거주 8%를 합산해 48%의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편 후 거주 기간 기준으로만 계산하면 1년에 8%씩 적용되어 2년 거주면 16%로 줄어듭니다. 공제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단순히 세금이 두 배 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팔아서 줄어든 공제만큼 더 낸 세금을 가지고 같은 집을 다시 살 수 있느냐를 계산해야 합니다.

    제가 계산해보니 20억짜리 집을 팔고 세금 내고 취득세 3.3%까지 다시 내면, 오히려 더 낮은 가격의 집밖에 못 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면 집주인 입장에서 결론은 하나입니다. 버팁니다. 보유세를 연간 1천만 원 더 내는 것과 당장 양도세로 1억을 더 내는 것 사이에서, 이론상 10년을 버틸 수 있다면 버티는 게 수지가 맞는 계산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에서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요약: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으로 양도세 부담이 커질수록 집주인은 팔기보다 버티는 쪽을 선택하고, 시장에서 매물은 더 줄어듭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조용하지만 가장 빠른 보유세 인상 수단

    이 부분이 제가 가장 뒤늦게 알게 된 부분입니다. 보유세를 올리려면 국회를 통한 입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정부가 단독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과세 표준을 계산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커집니다. 쉽게 말해, 공시가격이 같아도 이 비율을 높이면 납부 세액은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 기준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80%에서 시작해 매년 5%씩 올려 95%까지 올렸고, 이후 현 정부에서 60%로 낮춘 것입니다(출처: 기획재정부).

    문제는 공시가격이 이미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서울 전체로는 약 18%, 한강 인접 지역은 30% 이상 오른 곳도 있습니다. 공시가격이 30% 올랐을 때 보유세는 단순 비례로 올라가지 않고, 누진 구조 때문에 1.5배 수준으로 오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60%에서 80%로 올리면, 실질 보유세는 1.6~1.7배 수준까지 뛸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세부담 상한 150%라는 안전장치가 있어도 이 효과는 다음 해로 이월됩니다. 올해 계산값이 200이면 150만 내지만, 내년에는 납부액 150이 아닌 계산값 200을 기준으로 또 150%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세부담 상한이 있어도 2~3년 후에는 보유세가 사실상 두 배 가까이 오른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 동일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 60% → 80% 인상 시, 다른 조건 동일해도 보유세 약 1.3배 이상 상승
    • 공시가격 30% 인상 + 비율 인상이 겹치면 보유세 1.6~1.7배 구간 진입 가능
    • 세부담 상한 150%는 당해 연도 방어막일 뿐, 이월 누적으로 2~3년 후 본격 충격
    요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입법 절차 없이 정부가 단독 조정할 수 있어 가장 빠른 보유세 인상 수단이며, 공시가격 인상과 겹치면 그 충격은 배로 커집니다.

    세입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인상된 계약서에 도장 찍던 날 이후로, 저는 부동산 뉴스를 흘려듣지 않게 됐습니다. 세금 정책 발표가 나올 때마다 "이게 내 월세에 언제 반영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 방식은 꽤 유효했습니다.

    보유세가 강화되면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집니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지역일수록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려도 세입자가 받아주기 때문에, 인기 지역과 외곽 지역의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재계약 시기가 다가올 때 협상력이 달라집니다. 주변 시세를 미리 파악해두고, 전세와 반전세·월세 사이의 전환 비용을 스스로 계산해두는 것이 첫 번째 대응입니다.

    그리고 무주택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7월 세제 개편안 발표 전후로 비규제 지역 여부와 풍선 효과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비규제 지역이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 세입자를 끼고 매수하는 전략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미 무주택인 상태에서 비규제 지역에 입성했다면 이후 규제 지역으로 묶이더라도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은 유지됩니다. 세제 개편 내용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시뮬레이션해두는 것, 그게 지금 세입자와 예비 매수자 모두에게 가장 현실적인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7xsn_NWYu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