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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전 합의가 났다는데, 왜 시장은 오히려 더 흔들리고 있을까요?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체결했다는 뉴스가 쏟아졌을 때, 저는 기사 제목만 보고 전쟁이 끝났다고 완전히 믿어버렸습니다. 물려 있던 종목에 물타기까지 했고, 아내한테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큰소리까지 쳤습니다. 한 달 뒤 계좌가 파랗게 물드는 걸 보면서, 헤드라인과 실제 사이의 간격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걸 돈으로 배웠습니다.

    미국-이란 전쟁 (합의문 함정, 권력 투쟁, 종전 조건)
    미국-이란 전쟁 (합의문 함정, 권력 투쟁, 종전 조건)

    합의문 안에 숨어 있던 함정, 왜 아무도 말 안 해줬나

    저와 같은 실수를 안 하려면 한 가지 질문부터 해야 합니다. 그 합의문에 실제로 뭐가 담겼는가. 6월 17일 서명된 합의문 5조에는 "통항은 60일 동안 무료로 하고, 장기 관리 체계와 통행 수수료는 추후 협상으로 정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재충돌의 씨앗이었습니다.

    미국은 이 조항을 "호르무즈 해협 양쪽 항로 모두 자유 통항 가능, 이란 허락 불필요"로 읽었습니다. 반면 이란은 "모든 선박은 이란과 사전 조율해야 하고, 승인된 항로만 유효하다"고 해석했습니다. 같은 문서에 서명하고도 해석이 완전히 갈린 셈입니다. 이란 측 협상 대표 갈리바프는 서명 직후에 "호르무즈 해협은 결코 전쟁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공개 발언했는데, 그 순간 이미 두 나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겁니다.

    미국 당국자는 CNN을 통해 "이란 내부 강경파를 설득하기 좋은 문구로 일부러 애매하게 썼다"고 증언했습니다. 쉽게 말해 빠른 합의를 위해 해석 여지를 남겨둔 정치적 문서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핵 프로그램 처리, 핵물질 이전, 동결 자산 해제, 통행 수수료 산정 같은 진짜 핵심 쟁점은 단 하나도 이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전부 "60일 안에 협상"으로 미뤄놨습니다. 저는 그걸 모르고 제목만 읽고 끝났다고 믿었던 거고요.

    제 회사 동료는 저와 같은 뉴스를 보고도 합의문 요약본까지 뒤졌습니다. 그러고는 "핵 문제가 하나도 안 정해졌는데 이게 무슨 종전이냐"며 현금 비중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한 달 뒤 그 친구는 싸진 가격에 느긋하게 분할 매수를 하고 있었고, 저는 손실 구간에 갇혀 있었습니다. 같은 정보를 보고도 제목을 읽은 사람과 조건을 뜯어본 사람의 결과가 이렇게 갈렸습니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폭 약 50킬로미터의 수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입니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이란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통제권을 가진 쪽이 글로벌 유가와 에너지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의미합니다. 합의 이전 하루 110척이 지나던 이 해협은 합의 이후 28척으로 줄었다가, 7월 7일 반짝 49척까지 회복됐지만 7월 9일에는 다시 13척으로 급감했습니다. 숫자만 봐도 합의가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느껴졌습니다.

    • 합의문 5조: 핵 프로그램, 동결 자산, 통행 수수료 등 핵심 쟁점은 전부 60일 이후로 이월
    • 미국 해석: 양쪽 항로 자유 통항, 이란 허락 불필요
    • 이란 해석: 모든 선박은 이란 사전 조율 필수, 승인 항로만 유효
    • 호르무즈 통과 선박: 전쟁 전 110척 → 합의 후 28척 → 7월 9일 13척으로 재급감
    • 미국 당국자 증언: "이란 강경파 설득용으로 일부러 애매하게 작성"(CNN 보도)
    요약: 6월 합의는 당장의 포격만 멈춘 빈 껍데기였고, 핵심 쟁점을 60일 이후로 미뤄둔 해석 충돌이 7월 재충돌의 직접 원인이 됐습니다.

    전쟁이 쉽게 안 끝나는 구조, 권력 투쟁과 종전 조건

    합의문 해석 문제는 기술적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전쟁이 구조적으로 끝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국제정치학자 피어런(Fearon)의 연구에 따르면 전쟁이 장기화되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서 피어런 이론이란 "양측이 모두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믿을 때, 상대의 약속을 신뢰할 수 없을 때, 승리를 물리적으로 분할할 수 없을 때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전쟁 지속 조건 이론을 말합니다(출처: Fearon, J. D., 'Rationalist Explanations for War', International Organization, 1995). 지금 미국과 이란은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이란 내부를 보면 절대 권력의 공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7월 6일 테헤란에서 이란 최고 지도자 장례식이 열렸는데, 군중이 협상을 시도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향해 "유화주의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습니다. 협상을 하자는 사람이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영방송은 협상 수석 인터뷰를 방송 도중 차단했습니다. 강경파가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제가 처음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 있습니다. 이란 국민 절반 이상이 평화를 원한다면 왜 전쟁이 계속되냐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보니까 이해가 됐습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평화를 원하는 사람도 공개적으로 그 말을 못 하게 됩니다. 강경파가 거리를 점거하고 시위하면서 목소리를 키우는 동안, 다수의 조용한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게 전쟁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에스컬레이션 트랩(Escalation Trap)이라는 개념도 이 상황을 잘 설명합니다. 여기서 에스컬레이션 트랩이란 갈등이 격화되는 방향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함정을 의미합니다. 미국 Axios의 보도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딜레마를 지적했습니다(출처: Axios). 지지율 30%대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물러서면 전쟁을 왜 했냐는 비판을 받고, 계속 싸우면 유가가 올라 갤런당 4달러를 넘는 휘발유값이 지지율을 더 갉아먹습니다. 어느 쪽도 쉬운 선택이 없습니다.

    여기다 이스라엘 변수까지 더해집니다. 이스라엘의 벤 그비르 장관은 "트럼프의 합의는 이스라엘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합의 유무와 무관하게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며 선제적으로 데드라인을 설정했습니다. 60일 협상이 채 시작도 안 됐는데 이스라엘이 판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런 다자 이해관계가 얽히면 시장에서 그 리스크는 항상 예상보다 오래갑니다.

    그렇다고 전쟁이 무작정 길어질 수는 없습니다. 이란 통계청 공식 발표 기준 물가 상승률이 88.6%이고, 밀가루 가격은 124% 올랐습니다. 통계 자체의 신뢰도를 감안하면 실제 체감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역시 휘발유값이 중간선거 전에 안정되지 않으면 정치적 압박이 더 커질 겁니다. 양측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 저강도 소모전을 유지하면서 상대가 먼저 꺾이길 기다리는 치킨 게임 구도입니다.

    베트남전 막바지 1972년 크리스마스 폭격 사례는 이 구도를 잘 보여줍니다. 키신저가 "평화가 눈앞에 있다"고 선언한 직후, 미국은 12일 동안 하노이와 하이퐁에 2만 톤의 폭탄을 쏟아부었습니다. 저강도와 고강도가 전쟁의 길고 짧음과 무관하다는 겁니다. 이게 제 상식을 가장 세게 깨준 지점이었습니다. 지금 저강도라고 안심하거나, 갑자기 충돌이 격화됐다고 무조건 패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피어런 이론의 종전 3대 장애: 상호 승리 인식 / 약속 불신 / 승리의 물리적 분할 불가
    • 이란 내부: 절대 권력 공백 → 강경파 득세 → 협상파는 "유화주의자"로 낙인
    • 트럼프 딜레마: 지지율 30%대 + 11월 중간선거 + 유가 4달러 마지노선
    • 이스라엘 변수: 합의 불참 + 독자 강경 노선으로 협상 공간 축소
    • 종전 3대 조건: 독배를 들 권력자 등장 / 이해 당사자 지분 정리 /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문서 완성
    요약: 이란 권력 투쟁, 트럼프의 정치 일정, 이스라엘 변수가 맞물려 있어 종전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으며, 저강도 소모전과 돌발 고강도 충돌 모두 열린 가능성으로 봐야 합니다.

    이번 일로 저는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나쁜 뉴스가 아니라, 좋은 뉴스를 그대로 믿어버릴 때라는 걸 배웠습니다. 헤드라인이 클수록 그 뒤에 붙은 조건과 단서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란 전쟁 관련해서 볼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누군가 정치적 희생을 감수하고 독배를 드느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전에 유가와 지지율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으려 하느냐입니다. 그게 보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시장도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K0ty4Ot2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