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규제가 쏟아질수록 오히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심리가 불붙는 시장을 보면서, 저는 제 아버지 생각이 자꾸 났습니다. 세금 무서워서 팔았다가 더 비싼 값에 되사야 했던 그 경험이, 사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학습효과의 본질을 너무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거든요.

    집값 규제의 역설 (두더지잡기, 학습효과, 전세이중가격)
    집값 규제의 역설 (두더지잡기, 학습효과, 전세이중가격)

    두더지잡기 규제: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올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이 확대되면서 구리·동탄·기흥구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와 함께 규제 3종 세트를 동시에 적용받게 됐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나 주택을 매수할 때 반드시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인데, 쉽게 말해 정부가 거래 자체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입니다. 원래는 농지 투기를 막으려고 도입된 제도였는데, 주택 시장에 적용된 지 어느새 6년이 됐습니다.

    규제가 한 지역에 집중되면 자금은 어김없이 비규제 지역으로 빠져나갑니다. 실제로 10.15 대책 이후 7개월간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한 자금이 15.6조 원에 달했고, 구리는 329%, 기흥구는 약 200%의 자금 유입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규제를 피해 몰린 돈이 오히려 그 지역 집값을 끌어올리고, 그러면 그 지역도 결국 규제 대상이 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겁니다.

    세금 구조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는 가격 비율이 아니라 금액 구간으로 끊어져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1주택 기준 공시가격 9억 원 초과분에 부과되는데, 종부세란 주택이나 토지를 일정 기준 이상 보유한 사람에게 별도로 부과하는 보유세의 일종입니다. 문제는 이 기준선이 집값 상승에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비싼 집 가진 사람만 내는 세금'이었던 종부세가, 기준은 그대로인 채 집값만 오르면서 사실상 중산층 증세로 변질되고 있는 거죠.

    양도세 중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양도세(양도소득세)란 부동산을 팔 때 생긴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인데, 5월 이후 다주택자의 경우 최고 82.5%까지 세율이 올라갔습니다. 세율을 올린다는 건 팔지 말라는 신호와 같습니다. 동시에 취득세도 최대 13.4%인 상황이니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셈인데, 그 결과는 거래량 급감입니다. 출처: OECD도 한국의 보유세·거래세 비중 불균형을 지적하며 거래세를 낮춰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전문가 10명 중 7명이 같은 의견을 내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 규제 3종 세트(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동시 적용으로 구리·동탄·기흥구 신규 지정
    • 10.15 대책 이후 7개월간 비규제 지역 자금 유입 15.6조 원, 구리 329%·기흥구 약 200% 자금 이동
    •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 82.5%, 취득세 최대 13.4%로 거래량 급감 중
    • 종부세 기준선 고정으로 사실상 중산층 증세 구조 고착화
    • OECD, 한국 거래세 비중 정상화 필요성 공식 언급
    요약: 규제가 집중될수록 자금은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고, 고정된 세금 기준선은 시장 변화와 괴리되며 두더지잡기 구조를 20년째 반복시키고 있습니다.

    학습효과와 전세이중가격: 저희 집 식탁에서 배운 것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아버지는 종부세 뉴스가 연일 터지자 몇 날 며칠 저녁마다 한숨을 쉬시다가 살던 아파트를 파셨습니다. 세금 내면서 버틸 자신이 없다고, 규제가 이렇게 쏟아지면 집값도 꺾일 거라고요.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가며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 뒤 벌어진 일은 다들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 아파트는 몇 년 사이에 몇 억이 올랐고, 어머니는 그 단지 앞을 지날 때마다 말이 없어지셨습니다.

    아버지는 몇 년 뒤 훨씬 비싼 값에 근처 비슷한 평수를 다시 사셨습니다. 그때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어요. "두 번 다시 공포에 떠밀려서 팔지 않겠다"고요. 그게 저희 집의 가훈 아닌 가훈이 됐습니다. 영상에서 '부모 세대도 겪고 자녀 세대도 겪은 학습효과가 20년이 넘었다'는 말이 나올 때, 저는 그게 통계가 아니라 저희 집 식탁의 풍경이라는 걸 알기에 혼자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이 학습효과(Learning Effect)는 시장 심리에 직접 작용합니다. 학습효과란 과거 경험이 반복되면서 특정 행동 패턴이 강화되는 현상인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가 터져도 버틴 사람이 이겼다'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매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거기다 이번 규제 확대로 '더 터지기 전에 빨리 사자'는 패닉바잉(Panic Buying) 심리까지 자극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패닉바잉이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공포감에 떠밀려 급하게 매수하는 행동으로, 집은 주식과 달리 필수재이기 때문에 일단 불이 붙으면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전세이중가격 문제도 솔직히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세입자가 기존 임대인에게 2년 추가 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이 권리를 행사하면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됩니다. 문제는 신규 계약에는 이 상한이 적용되지 않아, 신규 전세가와 갱신 전세가 사이에 수천만 원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구조가 생긴다는 겁니다. 갱신권을 써서 5천만 원 인상을 피했다고 안도하면 안 됩니다. 2년 뒤엔 누적된 격차를 한꺼번에 메워야 하니, 실질적으로는 더 큰 폭탄이 장전되는 구조입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이미 70%에 달했고, 지방은 74.7%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전세가율이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로, 70%를 넘으면 전세 사는 것보다 매수가 유리하다는 신호로 흔히 해석됩니다.

    토허제 확대의 후폭풍도 예상보다 넓게 퍼지고 있습니다. 규제 지역에서는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다 보니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경우가 늘고, 갈 곳을 잃은 세입자들은 아파트 대신 빌라나 오피스텔 월세로 밀려납니다. 제가 이 흐름을 보면서 가장 걱정되는 건, 공급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이 안에서 수요가 돌고 돌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3기 신도시 30만 가구가 완성된다면 수도권 수급에 의미 있는 숨통이 트이겠지만, 현재 착공률이 6% 수준에 머물고 있어 그 효과가 시장에 닿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 20년간 쌓인 학습효과가 규제 심리를 오히려 매수 촉진으로 역전시키고 있으며, 전세이중가격과 공급 부족이 겹쳐 세입자의 외곽 밀려남이 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돌아오는 건 하나입니다. 시장을 탓하고 정책을 원망하는 건 쉽지만, 그게 내 선택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아버지가 그 경험을 통해 저한테 남긴 것도 비슷한 교훈이었습니다. 공포에 떠밀린 결정은 그 순간엔 아무리 합리적으로 보여도 두고두고 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한다는 것. 지금 내가 무서워서 움직이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건지부터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것. 그 사소해 보이는 질문 하나가 지금까지 저를 여러 번 성급한 결정에서 구해줬습니다. 방향은 주어진 판 위에서 내 선택을 다듬어 가는 것뿐입니다. 규제가 어떻게 바뀌든 그 원칙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Unspwb6sx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