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오던 날, 머리가 멍했습니다. 보증금을 올려줄 방법이 없어 결국 일부를 월세로 돌렸거든요.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전세가 당연한 선택이었는데, 어느 순간 월세가 기본값이 돼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서울의 월세 계약 비중은 이미 60~70%를 넘어섰습니다. 이게 일시적인 흐름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인지 — 그 질문에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전월세 시장은 왜 매매와 다르게 움직이는가재작년에 친구가 마포 쪽 전세를 재계약하다가 집주인으로부터 반전세 전환 요구를 받았습니다.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 70만 원을 얹는 조건이었는데, 그날 전화로 "월급에서 월세 빠지면 남는 게 없어"라고 한숨을 쉬더군요. 솔직히 그때는 남 일 같았습니다. 저는 전세니까 괜찮겠지 했거든요.그런데 전..
저희 사촌 누나 부부가 딱 이 케이스였습니다. 결혼할 때 목돈도 있었고, 양가 부모님 도움까지 더해서 꽤 든든한 출발이었는데 "지금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 전세 살면서 더 모으자"는 쪽으로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어요. 그리고 2년쯤 지나 명절에 만난 누나는 "그때 그냥 살 걸"이라는 말을 한숨과 함께 꺼냈습니다. 처음엔 다들 칭찬했던 선택이 어느새 발목을 잡고 있었던 거죠.전세가 오를수록 내집 마련이 멀어지는 이유일반적으로 신축 입주장(새 아파트가 처음 입주자를 받는 시기) 전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일시적으로 전세가가 눌리기 때문에 가격만 놓고 보면 분명 유리한 진입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세가 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