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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사촌 누나 부부가 딱 이 케이스였습니다. 결혼할 때 목돈도 있었고, 양가 부모님 도움까지 더해서 꽤 든든한 출발이었는데 "지금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 전세 살면서 더 모으자"는 쪽으로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어요. 그리고 2년쯤 지나 명절에 만난 누나는 "그때 그냥 살 걸"이라는 말을 한숨과 함께 꺼냈습니다. 처음엔 다들 칭찬했던 선택이 어느새 발목을 잡고 있었던 거죠.

    신혼 전세 선택, 매몰 비용의 함정 (매몰 비용, 전세 리스크, 내집 마련)

    전세가 오를수록 내집 마련이 멀어지는 이유

    일반적으로 신축 입주장(새 아파트가 처음 입주자를 받는 시기) 전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일시적으로 전세가가 눌리기 때문에 가격만 놓고 보면 분명 유리한 진입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세가 빠르게 회복되면, 그 오름폭이 고스란히 2년 뒤 갱신 협상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실제로 사연 속 부부의 경우 6개월 만에 전세 시세가 46.5% 상승했습니다. 이는 해당 지역의 공급 부족, 즉 수요 대비 입주 가능한 주택 수가 현저히 적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공급 부족 지역에서는 신축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전세가 상승 속도가 인근 구축 단지보다 빠른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전세가율이라는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가율이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갭투자 수요가 몰리고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구조가 됩니다. 전세가가 계속 오른다는 건, 결국 매매가격의 하단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세에 살면서 집값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왜 잘 맞지 않는지, 이 지표가 잘 보여줍니다.

    국내 아파트 전세 시장 현황을 보면 2024년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지속적으로 100을 웃돌고 있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신축 전세로 시작할 때 놓치기 쉬운 함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주장 저가 전세 진입 → 시세 회복 시 갱신 부담 급증
    • 신축 거주 경험이 매수 눈높이를 끌어올려, 이후 선택지가 좁아짐
    • 전세가 상승분이 매매가 하단을 지지해, "떨어지면 사겠다"는 전략이 작동하지 않음
    • 갱신 청구권 사용 시 최대 4년 거주 가능하지만, 그 기간 동안 자산 격차가 벌어짐

    매몰 비용 오류가 내집 마련을 막는 방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사연을 접했을 때 "부부 의견 차이를 어떻게 좁히냐"의 문제라고 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심리 구조의 문제였어요.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가 핵심이었습니다. 여기서 매몰 비용 오류란, 이미 투입한 비용이나 선택이 아깝거나 정당화하고 싶어서 틀린 방향인 줄 알면서도 계속 같은 길을 가는 심리적 오류를 말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정립된 개념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 교수의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가전, 가구를 새것으로 맞췄고, 양가 부모님도 이 결정에 함께했고, 입주장에서 싸게 전세를 구했다는 성취감까지 더해지면 방향을 바꾸는 게 심리적으로 훨씬 어려워집니다. 6개월 만에 이사 가라는 말이 "그건 좀 과한 거 아닌가"로 먼저 느껴지는 것, 바로 그게 매몰 비용 오류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사촌 누나를 옆에서 보면서 가장 멍했던 순간이 그 지점이었어요. 분명히 시장은 바뀌고 있는데, 가족 모두가 "우리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방향으로만 해석하더라고요.

    이 오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세 갱신을 한 번 더 하고 나면, "이렇게까지 버텼는데 이제 와서 사면 이 가격에 사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추가됩니다. 그러면서 주식, 청약 같은 대안으로 관심이 이동합니다. 주식으로 전세금 상승분을 따라잡으려 하고, 청약으로 로또 같은 기회를 노리게 되죠.

    여기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한 다른 선택지에서 얻을 수 있었던 최대 이익을 뜻합니다. 전세 보증금으로 묶인 자산이 매매가 상승률만큼 자라지 못하는 동안, 그 격차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의 실질 수익률은 다른 대부분의 자산군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주의할 부분도 있습니다. "99% 후회한다", "공급 부족이니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확률 단언은 어디까지나 상승장이 이어진다는 가정 위에 선 시나리오입니다. 부동산은 영원히 우상향하는 자산이 아니고, 5억으로 살 수 있는 매물의 입지와 환금성은 직접 따져봐야 합니다. "괜찮은 물건은 무조건 팔린다"는 말도 실제 거래량과 유동성을 확인해야 체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직접 눈으로 본 결론은 하나입니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다 자산이 멈춰 있는 것보다, 지금 살 수 있는 수준에서 일단 움직이는 편이 대부분의 경우 더 낫습니다.

    지금 전세에 살면서 내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 현재 보증금과 여유 현금으로 살 수 있는 매물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머릿속 시나리오보다 실제 시세표를 들여다보는 그 순간이, 매몰 비용 오류에서 빠져나오는 첫 발걸음이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결정은 공인중개사나 금융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OZVFdWXx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