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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관련주가 "일시적 테마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계속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흘려봤는데, 2차전지에 물렸던 제 흑역사와 너무 닮아 있어서 이번엔 사이클을 제대로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로봇주 투자 (사이클, 부품주, 밸류체인)

    로봇이 2차전지 사이클을 닮은 이유

    반도체 투자와 로봇 투자를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비슷하게 봤는데, 사이클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반도체는 시클리컬(Cyclical) 산업입니다. 시클리컬이란 경기 흐름에 따라 실적이 크게 오르내리는 업종을 말합니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되면서 영업이익률이 80%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구조죠. 이걸 장기 보유하면, 고점에서 사서 저점에 파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로봇은 전기차와 비슷한 보급률 확장 사이클입니다.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3% 점유율에서 30%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시장 규모가 10배 커진 것처럼, 로봇도 지금은 보급 대수가 거의 없는 초입 단계입니다. 연간 자동차 시장이 1억 대 규모라면, 로봇 시장은 장기적으로 10억 대까지 거론됩니다. 지금은 그 시작점이라는 거죠.

    여기서 캐즘(Chasm)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캐즘이란 기술이 얼리어답터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꺾이는 구간을 뜻합니다. 전기차도 이 구간을 거쳤고, 로봇도 언젠가 이 고비를 지나게 됩니다. 중요한 건 캐즘이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2차전지가 고점 찍고 조정 받은 뒤 다시 실적이 나올 때 올라갔던 흐름, 로봇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왜 완성품보다 부품주가 먼저 오르는가

    로봇 섹터에서 완성 로봇 업체보다 부품·소재 하부 섹터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직접 관련 종목들을 들여다보면서 그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완성 로봇 시장은 경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옵티머스, 아틀라스, 피규어, 중국산 로봇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반면 이 로봇들에 들어가는 감속기(Reducer)와 액추에이터(Actuator)는 어떤 기업이 이기든 반드시 필요한 부품입니다.

    감속기란 모터의 회전 속도를 줄이고 힘을 증폭시켜 정밀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계 부품입니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신호를 받아 실제 물리적 동작을 만들어내는 구동 장치로, 로봇 관절 하나하나에 들어갑니다. 이 두 부품을 저비용으로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 정도밖에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 밸류체인(Value Chain)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니, 수혜가 어디로 가는지는 자명합니다.

    밸류체인이란 원자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가치가 더해지는 전체 공급망 구조를 말합니다. 로봇 밸류체인에서 완성품 제조사는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지만, 핵심 부품 공급사는 살아남는 쪽 모두에게 납품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 삼성 갤럭시가 글로벌 1위에 오를 때, 삼성전자 주가보다 스마트폰 부품주가 훨씬 더 크게 올랐던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부품주 투자 시 확인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납품 대상이 특정 완성품 업체에 집중되어 있는지, 아니면 복수의 고객사에 분산되어 있는지
    • 감속기,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실제로 양산 중인지, 아니면 개발 단계인지
    • 실제로 실적(매출, 영업이익)이 찍히기 시작하는 종목인지

    아틀라스 양산 뉴스가 나와도 주가가 빠지는 이유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로봇 양산이 시작되면 실적이 나오니 주가가 더 오르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는데,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주가는 기대(Expectation)를 먹고 삽니다. 투자자들이 "로봇 시장이 이만큼 커질 거야"라고 상상할 때 그 기대가 가장 큽니다. 막상 아틀라스가 연간 3만 대 양산에 들어가면, 시장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대당 3 ~ 5억 원이라고 해도 3만 대면 매출이 9조

    15조 원 수준입니다. 지금 주가에 반영된 기대치와 실제 숫자를 비교하면 "이게 다야?"라는 반응이 나오고, 주가는 오히려 조정을 받습니다.

    이걸 일론 머스크가 잘 이용합니다. 테슬라 모델 S, 모델 X를 공개할 때는 주가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델 3 대량 생산 계획이 나왔을 때 주가가 폭발했습니다. "1만 대"가 아니라 "10만 대, 100만 대" 계획이 발표될 때 시장이 반응하는 겁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옵티머스나 아틀라스가 어디에 몇 대 쓸 것인지 구체적인 대규모 양산 계획이 나오는 시점이 진짜 상승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2차전지에서 배운 것도 이겁니다. "실적 나오면 더 가겠지" 하고 버텼다가, 숫자가 나온 뒤 오히려 고점 찍고 빠지는 걸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기대와 실적 사이의 간극, 그걸 사전에 계산해두는 게 손실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약 55만 3,0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한국은 로봇 밀도(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국제로봇연맹). 이 수치가 의미하는 건, 한국이 피지컬 AI(Physical AI) 학습을 위한 공장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피지컬 AI란 로봇이 실제 물리 세계를 스스로 학습하고 상호작용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관점에서 한국 제조업의 가치가 재평가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지금 들어가도 되는가, 기다려야 하는가

    솔직히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도 지금 들어가자니 이미 많이 오른 것 같고, 기다리자니 더 갈 것 같아서 손이 근질거리는 걸 경험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 당장 진입보다 금리 상승이나 전체 시장 조정이 올 때를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기대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Discount Rate)이 높아져, 먼 미래의 성장을 먹고 사는 성장주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할인율이란 미래에 받을 돈을 지금 기준으로 얼마나 가치 있게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이자율 개념입니다. 그 조정 구간이 오히려 기회가 됩니다.

    둘째, 한 종목에 집중하기보다 로봇 관련 ETF나 부품주 바스켓(여러 종목을 묶어 분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낫습니다. 완성 로봇 업체 중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이기든 수혜를 보는 부품 밸류체인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국내 로봇 관련 ETF의 거래량은 2024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초입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로봇 섹터는 빠르게 한 방 먹으려는 분들보다, 2~3년 이상 길게 보면서 조정 때마다 분할 매수할 수 있는 분들에게 맞는 시장입니다. 제 2차전지 흑역사를 복기해보면, 가장 후회되는 건 비쌀 때 급하게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이길 수 있는 자리에서만 싸웠다는 말이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승리할 수 있는 자리를 기다리는 것, 그게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기준으로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lw9wQg1n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