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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몇 년 전까지 머스크·알트만·피터 틸·젠슨 황을 각자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봤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 머스크를 검색하고, 엔비디아가 뜨면 젠슨 황을 찾는 식이었죠. 이들이 사실 하나의 방향을 두고 경쟁하면서 동시에 협력한다는 걸 제대로 이해한 건 한참 나중 일입니다. 그리고 그 무지가 실제 투자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AI 제국의 돈 (프레너미, 밸류에이션, 머스크 리스크)

    프레너미 구도로 읽는 AI 패권 전쟁

    혹시 이 네 사람을 한 번에 묶어서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없었습니다. 회사 후배가 점심마다 스페이스X 얘기를 꺼낼 때도, 저는 그냥 테슬라 주가만 챙겨 봤으니까요.

    이들이 공유하는 방향은 크게 두 축입니다. 하나는 피지컬 AI(Physical AI)입니다. 피지컬 AI란 소프트웨어 모델을 넘어 로봇·드론·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뜻합니다. 젠슨 황이 피지컬 AI를 강조하기 시작하자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로 맞받았고, 팔란티어는 국방·제조 현장에 AI를 직접 심어 넣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초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특정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수준 이상의 범용 추론이 가능한 AI를 가리킵니다.

    이 경쟁 구도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프레너미(Frenemy)'입니다. 프레너미란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친 말로,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이뤄지는 관계를 뜻합니다. 머스크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샘 알트만을 공개 비판하는 동시에, 오픈AI의 경쟁자인 앤트로픽에 자신의 데이터 센터 콜로서스를 임대해 준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적의 적에게 인프라를 빌려줘 돈도 벌고 경쟁자를 압박하는, 상당히 냉정한 계산이죠.

    피터 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이자 JD 밴스 부통령의 멘토로, 전면에 나서기보다 사상적 기반을 설계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팔란티어 CEO 알렉산더 카프가 쓴 '기술적 공화국'에는 "AI와 드론을 활용한 국방 강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중국을 찬성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담겨 있는데, 이게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때 분사 위기까지 갔던 구글 반독점 이슈가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도 이 맥락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 구도에서 인상 깊었던 건 중국의 존재입니다. 냉전 시절 소련이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정당화했듯, 중국의 AI 추격이 지금 빅테크의 규제 면제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만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중국의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전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밸류에이션과 머스크 리스크, 그리고 제 계좌의 교훈

    그렇다면 이 거대한 서사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저는 한때 후배의 확신을 믿고 테슬라 주식을 꽤 담았다가 그해 말 큰 조정을 맞았습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며 새 시대에 올라탄 기분이었는데, 계좌는 반토막이 났죠. 후배는 버텼고 저는 손절했습니다. 결과만 보면 후배가 옳았을 수도 있지만, 그때 깨달은 건 따로 있었습니다.

    스페이스X의 현재 주가 수준을 보면, PSR(주가매출비율)이 100배에 달합니다. PSR이란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버는 돈 대비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전통 제조업은 보통 PSR이 1배 안팎인데, 100배는 그야말로 미래 가치를 극단적으로 선반영한 수치입니다. 여기에 EBITDA(세전·이자·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계산하면 300배를 넘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EBITDA란 기업의 실질 현금 창출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감가상각 같은 비현금 비용을 제외한 영업 이익을 뜻합니다.

    이처럼 극단적인 밸류에이션(Valuation)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을 뜻하는데, 스페이스X의 경우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망의 독점적 지위와 70%에 달하는 EBITDA 마진이 근거로 꼽힙니다. 스타링크는 현재 경쟁자 대비 발사 단가가 10분의 1 수준이고,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투자 판단 전 점검해야 할 핵심 리스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머스크 1인 리스크: 한 사람의 발언과 행동이 기업 가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 극단적 밸류에이션: PSR 100배, EBITDA 배수 300배 수준의 미래 가치 선반영
    • 일정 불확실성: 우주 데이터센터, 화성 이주 등 수십 년 단위의 계획을 5~7년 안에 실현하겠다는 공격적 목표
    • 규제 환경 변화: 현재의 반독점 완화 기조가 언제든 바뀔 수 있음

    "비싸지만 시대를 바꾸니까 봐야 한다"는 논리는 사실 어떤 고평가도 정당화할 수 있는 말입니다. 제 경험상 이 말에 혹해서 들어간 뒤, 변동성을 버티지 못하고 손절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단기 매매 손실 비율이 전문 기관 대비 현저히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제가 직접 겪고 나서 얻은 교훈은 단순합니다. 저는 회사의 미래를 믿은 게 아니라, 후배의 확신과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조급함을 산 것이었습니다. 남의 확신은 내 계좌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이 거대한 프레너미 구도와 AI 제국의 서사는 분명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프레임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세상이 의존할수록, 그 사람을 추종할 게 아니라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지금 이 흐름을 공부하는 건 권하지만, 투자 결정 전에 '내가 이 변동성을 버틸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 게 맞습니다. 거대한 비전보다 내 포트폴리오의 크기가 먼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0u9CbfDJ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