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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가장 야근을 많이 하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칼퇴를 시작했습니다. 비결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AI한테 다 시켜요"였습니다. 저는 그때 반신반의했고, 결국 분기 평가에서 뒤처지고 나서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AI 에이전트가 업무 현장에서 실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가능성과 한계가 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직원 수십 명 몫을 혼자 하는 롤업 전략
요즘 미국 투자 시장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는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롤업(Roll-up) 전략입니다. 여기서 롤업이란 같은 업종의 중소기업 여러 곳을 동시에 인수한 뒤, 운영 방식을 통일하거나 자동화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기법을 말합니다.
이 전략이 AI와 결합하면서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 회계 사무소를 30~40곳 인수한 뒤, 기존 직원들이 하던 단순 기장·결산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마진율이 10% 안팎에 머물던 회계 업무가 40%대로 뛰어오른 사례가 실제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과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용 구조만 바꾸는 것입니다.
약물 배송 서비스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수령하고 배달하는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로 설계한 한 회사는 직원 수십 명으로 연매출 1조 원을 1년 만에 달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업 계획, 마케팅, 운영 인력을 대거 채용해야 실험조차 해볼 수 없었던 비즈니스 모델이, 지금은 소수 인원으로 빠르게 검증 가능해진 것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을 때도 이 느낌은 분명했습니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조사와 초안 작성을 AI에 맡겨 보니, 문제는 AI의 능력이 아니라 제가 도구를 쓸 줄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딥리서치, AI가 스스로 질문하고 검증하는 과정
AI가 단순히 명령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저는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시연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딥리서치(Deep Research)란 하나의 AI가 질문을 받은 뒤 스스로 하위 질문을 만들고, 여러 에이전트를 호출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또 다른 에이전트가 교차 검증하는 다단계 추론 프로세스를 말합니다. 체인 오브 쏘트(Chain of Thought), 즉 생각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AI발 반도체 거품 논란,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까?"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AI는 먼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항목들을 스스로 나열합니다.
- 거품론의 주요 근거와 반론
-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전망 — 여기서 HBM이란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고성능 반도체를 말합니다
- 국내외 애널리스트 투자 의견
- 금리 변화와 외국인 매도 압박의 상관관계
- PER(주가수익비율) 기반 과매수 여부 — PER이란 현재 주가가 연간 순이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이 항목들을 각기 다른 에이전트가 동시에 조사하고, 수집된 자료를 또 다른 에이전트가 읽으면서 "이 근거는 충분한가, 추가 조사가 필요한가"를 판단합니다. 38개의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그 중 관련 없는 자료를 걸러내는 과정까지 포함해 5
7분 안에 완료됩니다. 사람이 팀으로 달라붙어도 2 ~ 3주는 걸릴 작업입니다.
신뢰도가 98~99%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수치 자체가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인 만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사람 전문가 수준에는 근접했다"는 방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AI도 틀리고, 사람도 틀립니다. 다만 속도와 처리량에서는 이미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AI 에이전트 산업 현황을 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약 50억 달러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4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Grand View Research).
하드 스킬만 가진 사람은 왜 위태로운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업을 못 하는 현상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국내 회계사 합격자의 취업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AI가 단순 지적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미국도 사정은 같습니다.
스탠퍼드 반도체 박사 과정에 합격한 학생이 입학 일주일 만에 포기하고 스타트업에 들어갔다는 사례가 상징적입니다. 졸업장이 주던 자격(Qualification)의 가치가 빠르게 희석되고 있는 것입니다. 4~5년을 들여 박사 학위를 받는 사이, 시장이 먼저 움직인다고 보는 시각이 미국 젊은 인재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하드 스킬(Hard Skill)이란 특정 분야의 기술적·전문적 능력을 말하고,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란 의사소통, 전략적 판단, 문제 정의처럼 맥락을 이해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역량을 말합니다. 하드 스킬만 가진 사람은 AI가 대체하기 쉽지만, 그 위에 소프트 스킬이 쌓인 사람은 오히려 AI를 조율하는 역할로 올라섭니다.
저도 처음엔 "내가 직접 쓰는 게 더 정확하다"는 고집이 있었습니다. 그게 하드 스킬에 대한 자존심이었는데, 돌아보면 그 반년이 꽤 비쌌습니다. 도구를 거부하는 것도 결국 하나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붙습니다.
AI와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한 국내 연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직업의 약 43%가 자동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특히 반복적 인지 업무 비중이 높은 직종일수록 대체 속도가 빠를 것으로 분석됩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낙원·중간·지옥, 세 가지 시나리오를 어떻게 볼 것인가
AI 고도화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낙원, 중간, 지옥입니다. 낙원 시나리오는 AI가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그 이익이 세금과 분배 정책을 통해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그림입니다. 일의 목적이 생계가 아니라 자아실현으로 이동하는 구조입니다.
반대쪽 끝, 지옥 시나리오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초지능 제국주의 국가가 데이터, 자본, 인재를 독점하고, 나머지 국가는 여행지나 생산 기지로 전락하는 그림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도 분배 실패로 무너진 사례인데, 그 구조가 AI 시대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낙원 시나리오에는 회의적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기술 혁신의 과실이 고르게 나눠진 적이 많지 않았고, 지금 정치 지형은 오히려 국가 우선주의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유럽형 복지 모델도 북해 유전이라는 전제 위에서 가능했다는 지적이 있듯, 분배는 항상 '무엇을 나눌 것인가'가 먼저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중간 어딘가, 즉 국가 내에서도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모든 분야에서 인간 수준의 판단과 행동이 가능한 범용 인공지능이 실제로 실현되려면 아직 5~1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습니다. 지금의 과열된 전망 중 일부는 투자 유치를 위한 과장이 섞여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말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자본이 풍요로워도 그게 곧 낙원은 아니라는 것. 도구는 따라가되, 그 끝에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는 결국 각자가 스스로 답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답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어차피 틀릴 텐데"라는 이유로 도구를 외면하는 것만은, 제 경험상 가장 비싼 고집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자동화가 아니어도 됩니다. 오늘 하던 반복 작업 하나를 AI에 맡겨 보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하에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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