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아 그냥 마음을 내려놨다는 분의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도 작년 가을에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 싶었거든요. 지금 부동산 시장은 집값 문제가 아니라, 살 곳 자체가 사라지는 문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성과급 수요가 만든 조용한 이사 행렬작년 가을 동기 모임에서 반도체 협력사에 다니는 친구가 성과급 얘기를 꺼냈을 때, 처음엔 다들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숫자를 듣고 나서 테이블이 잠깐 조용해졌어요. 저는 웃으면서 "야, 한턱 쏴라" 했지만 속으로는 좀 멍했습니다. 같은 해에 입사해서 비슷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서로..
지난주, 저희 팀 선배가 점심도 거른 채 복도에서 부모님과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들었습니다. 목소리가 떨렸어요. 국민은행 주담대 한도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계약서를 쓴 지 몇 달도 안 됐는데, 잔금 날짜까지 잡아 놓은 상태에서 3억이 공중으로 사라진 셈이었으니까요. 뉴스에서 '총량 규제'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무심히 넘겼던 저도, 그날만큼은 손이 잘 안 잡혔습니다.조용히 바뀐 규칙, 시끄럽게 무너진 계획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가 추가 규제를 발표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릅니다. 정부가 대출 총량 한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맡긴 구조입니다. 여기서 총량 규제란, 은행 전체가 한 해 동안 내줄 수 있는 가계 대출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잘 산 걸까요?"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답을 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으십니까. 저는 신혼 초에 전세 계약 당일 집주인이 보증금을 1천만 원 올려 부르던 그 복도에서 딱 5분 만에 결정을 내린 사람입니다.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30대 맞벌이 부부가 안산 오피스텔 손실을 안은 채 수원 구축 아파트를 계약 당일 2천만 원 더 얹어 샀다는 사연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계약 당일 가격 인상, 당한 걸까 시장의 신호를 읽은 걸까계약하러 간 날 집주인이 매매가를 2천만 원 올려 부른 상황, 많은 분들이 "명백한 갑질"이라고 보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상승장에서 매도자가 가격을 올리는 건 당연한 시장 반응"이라는 시각도 ..
재작년, 둘째가 태어나고 집이 너무 좁아져서 같은 동네 넓은 단지로 이사를 알아봤습니다. 마음에 드는 매물까지 찾았는데, 계산기를 두드리는 순간 이사를 포기했습니다. 양도세에 취득세, 중개 수수료까지 더하니 몇 천만 원이 그냥 사라지는 구조였거든요. 저는 투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애 키울 방 하나가 더 필요했을 뿐인데, 세금 구조가 그 평범한 이사를 막았습니다. OECD가 2026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짚어낸 문제가 바로 이겁니다. 집값의 진짜 원인은 투기꾼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구조 자체라고요.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전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뉴스 헤드라인만 보면 서울 집값이 전고점을 뚫었다는 얘기가 연일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모든 집이 그만큼 올랐을까요? OECD 2..
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오던 날, 머리가 멍했습니다. 보증금을 올려줄 방법이 없어 결국 일부를 월세로 돌렸거든요.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전세가 당연한 선택이었는데, 어느 순간 월세가 기본값이 돼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서울의 월세 계약 비중은 이미 60~70%를 넘어섰습니다. 이게 일시적인 흐름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인지 — 그 질문에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전월세 시장은 왜 매매와 다르게 움직이는가재작년에 친구가 마포 쪽 전세를 재계약하다가 집주인으로부터 반전세 전환 요구를 받았습니다.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 70만 원을 얹는 조건이었는데, 그날 전화로 "월급에서 월세 빠지면 남는 게 없어"라고 한숨을 쉬더군요. 솔직히 그때는 남 일 같았습니다. 저는 전세니까 괜찮겠지 했거든요.그런데 전..
재작년에 집 보러 다니던 때, 저도 처음엔 "조금 멀어도 넓고 새 아파트면 그게 낫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발품을 팔아보니 교통 하나가 생활 전체를 좌우한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특히, 집을 고르는 기준이 평수나 신축 여부보다 훨씬 먼저 따져야 할 게 있습니다.직주근접, 일반 상식과 제 경험이 갈렸던 지점일반적으로 "같은 돈이면 넓은 집"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신축 단지를 보러 갔을 때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낮고 내부도 넓고 깔끔해서 마음이 크게 기울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출퇴근 경로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다가 답이 안 나왔습니다. 둘 다 야근이 겹치면 어린이집 하원을 누가 맞추나, 이 물음에서 막혔습니다.직주근접(職住近接)이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