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 만에 코스피가 네 배 올랐습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도 "처음 보는 장"이라고 말하는 지금, 저는 점심시간에 동기가 꺼낸 질문 한 마디에 조용히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주식은 한 번도 안 해봤다던 그 친구가 "계좌 만드는 법 알아?" 하고 저를 바라보는데, 2023년 에코프로 열풍 때 적금 털어 올인하다 반토막 났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거든요.지금 장이 왜 이렇게 이상한가 — 팩트 분석코스피 지수가 2,280에서 9,300까지 치솟은 건 약 1년 2개월 사이의 일입니다. 역대 최고 상승률이었던 IMF 직후 반등이 3.5배였는데, 이번 장은 그걸 훌쩍 넘어 네 배를 넘겼습니다. 그것도 외환위기나 코로나 같은 급락 이후 반등이 아니라, 별다른 충격 없이 오른 장이라는 게 더 눈에 띄는 부분입니..
상승 종목이 200개도 안 될 때 하락 종목은 2,000개가 넘습니다. 코스피가 9,000선을 바라보는 동안 제 계좌는 30% 넘게 밀려 있었는데,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비로소 이상함의 정체가 뚜렷해졌습니다. 지수와 내 계좌가 이렇게까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정상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 이 글은 그 의심에서 시작합니다.수급 구조가 만든 기형 장세, 내 계좌는 왜 파란불이었나일반적으로 코스피가 오르면 시장 전반이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올 봄부터 여름까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60%까지 치솟으면서, 지수는 두 종목이 혼자 끌어올리는 구조가 됐습니다. 저는 실적이 괜찮다고 공부해서 담아뒀던 중소형주 두 개가 지수 상승과 반대..
올해 상반기, 주가가 세 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소비와 투자는 동시에 3%대 넘게 줄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경제도 좋아진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제 주변에서도 빚을 내 레버리지에 올인했다가 반대매매를 당한 친구를 직접 봤기 때문에, 이 괴리가 단순한 통계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압니다. 지금 국민연금이 처한 딜레마가 왜 개인 투자자의 일상까지 흔드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연기금 리밸런싱, 왜 이렇게 시장을 뒤흔드는 걸까작년에 친구와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넌 적금이나 ISA에 묵혀두냐, 지금이 기회인데." 그때 그 친구는 신용융자까지 당겨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에 전 재산을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신용융자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주..
작년 여름, 회사 옆자리 형이 점심마다 "지금 안 타면 평생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코스피가 연일 빨간불이던 그 시기에 저도 결국 마이너스 통장을 열었습니다. 레버리지 ETF에 꽤 큰 돈을 넣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준비 없이 시장에 들어갔는지 깨달았습니다. 지금 반도체 주식을 쥐고 있거나 추가 매수를 고민 중이라면, 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과열 신호를 읽는다는 것 — ISM 제조 가격 지수가 뭘 말해주는가6월 초, 코스피가 8,000을 뚫고 9,000을 향해 달리던 시점에 일부 자산 배분 투자자들은 조용히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단기 과열 신호가 먼저 켜졌기 때문입니다.이때 핵심 근거로 쓰인 지표가 ISM 제조 가격 지수(ISM Ma..
주가가 세 배 올랐는데 왜 골목 경기는 더 나빠졌을까요. 저도 지난주에 계좌 수익률 보며 동료들과 웃다가, 퇴근길에 십 년 단골 백반집 문에 붙은 폐업 안내문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사장님이 짐을 싸면서 하신 말씀이 재료값, 손님, 이자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틀어졌다는 거였어요. 코스피 숫자와 골목 체감이 이렇게 다른 이유, 6월 25일 하루의 수급 흐름을 뜯어보면 생각보다 구체적인 답이 나옵니다.장중 3,688억의 비밀 — 연기금 리밸런싱과 댐 효과6월 25일 코스피가 5% 넘게 오른 날, 종가와 수급 합계만 보면 마이크론 실적 덕분이라는 한 줄로 정리됩니다. 그런데 제가 장중 시간대별 흐름을 처음 들여다봤을 때는 꽤 다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오전 9시 반에 갭 상승 분위기가 식으면서 지..
주가가 오르면 환율은 내려간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 금융시장에서 법칙처럼 통하던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코스피는 8,000선을 넘보는데 달러·원 환율은 1,500원 근처를 맴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 태국 여행을 준비하다가 바트 환율 앞에서 멍하니 계산기만 두드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막연히 '달러 강세 때문이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알고 보니 그 이유부터 틀렸더군요.달러 강세도 금리차도 아니었다 — 소거법으로 용의자를 지운다환율이 오르면 가장 먼저 들려오는 설명이 두 가지입니다. "달러 강세 때문이다", "한미 금리차 때문이다". 솔직히 저도 그 두 가지를 거의 정답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달러 인덱스(DXY)부터 보겠습니다. 여기서 달러 인덱스란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