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잘 산 걸까요?"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답을 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으십니까. 저는 신혼 초에 전세 계약 당일 집주인이 보증금을 1천만 원 올려 부르던 그 복도에서 딱 5분 만에 결정을 내린 사람입니다.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30대 맞벌이 부부가 안산 오피스텔 손실을 안은 채 수원 구축 아파트를 계약 당일 2천만 원 더 얹어 샀다는 사연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계약 당일 가격 인상, 당한 걸까 시장의 신호를 읽은 걸까계약하러 간 날 집주인이 매매가를 2천만 원 올려 부른 상황, 많은 분들이 "명백한 갑질"이라고 보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상승장에서 매도자가 가격을 올리는 건 당연한 시장 반응"이라는 시각도 ..
솔직히 저는 한동안 보유세가 오르면 집주인이 힘들어지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주인 아주머니가 세금 고지서를 직접 보여주시며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셨을 때, 처음으로 그게 제 통장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보유세·장기보유특별공제·공정시장가액비율,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연결되어 세입자의 주거비로 흘러오는지,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조세 전가: 세금은 위에서 매겨도 청구서는 아래로 흐릅니다재계약 시즌에 복도에서 마주친 집주인 아주머니가 미안한 표정으로 월세를 10만 원 올려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보유세 고지서를 직접 꺼내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때 속으로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세금은 집주인한테 매긴 건데, 왜 내는 건 결국 저인가 싶어서요.그날 밤 주변 시세를 검색해보..
전국 전세 물량이 줄면서 전세 가격 누적 상승률이 작년 동기 대비 약 5배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재작년 전세 만기 때 집주인에게 "이번엔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월세 60만 원, 연간 720만 원. 그 숫자가 저한테는 1년치 저축이었습니다.전세가 사라지면 생기는 일 — 월세 상승의 배경전세가 매매 시장을 자극한다는 시각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책의 무게중심이 전세 대출 축소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옵니다. 그런데 이 흐름을 매매 시장만 놓고 보면 보이지 않는 게 있습니다. 전세는 월세 가격이 뛰는 것을 막아주는 버퍼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입니다.여기서 버퍼란, 수요를 분산시키는 완충 장치를 말합니다. 전세라는 선택지가 있으면 임차인들이 월세와 전..
회사에서 매년 30%씩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공문이 돌았다고 했을 때,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작년에 퇴사한 디자이너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가 "AI 덕분에 야근이 줄었다"고 좋아하던 시절이 불과 6개월 전이었거든요. AI가 내 일을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 대신 그 자리를 채워버린다는 건 막상 닥치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납니다.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움직이는데, 바로 그 충동이 때로는 더 큰 위험을 만들기도 합니다.레버리지 리스크: "2,500만 원 투자"가 아니라 "3억 투자"다3년차 개발자가 경매로 순자산 1억을 만들었다는 사연을 접했을 때,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낙찰가 3억짜리 아파트에 자기 돈은 ..
유튜브에서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이 기업은 무조건 오른다"는 영상을 보고 홀린 듯 매수 버튼을 눌러본 적, 아마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적금 깨서 넣고, 처음 몇 주 올랐을 때 안목 있는 줄 알았다가, 하락이 시작되자 판단 근거가 하나도 없어서 커뮤니티만 들락거리다 반토막 근처에서 겁에 질려 팔았습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5천만 원을 17억으로 불렸다는 사례를 접하면서, 그때 제 계좌가 왜 그렇게 됐는지 새삼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종목 선정: 스토리가 아니라 해자가 기준이어야 한다일반적으로 성장주(Growth Stock)라고 하면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성장주란 단순히 주가 상승률이 높은 주식이 아니라, 기업 매출과 이익이 빠른 속도로 증..
종전 합의가 났다는데, 왜 시장은 오히려 더 흔들리고 있을까요?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체결했다는 뉴스가 쏟아졌을 때, 저는 기사 제목만 보고 전쟁이 끝났다고 완전히 믿어버렸습니다. 물려 있던 종목에 물타기까지 했고, 아내한테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큰소리까지 쳤습니다. 한 달 뒤 계좌가 파랗게 물드는 걸 보면서, 헤드라인과 실제 사이의 간격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걸 돈으로 배웠습니다.합의문 안에 숨어 있던 함정, 왜 아무도 말 안 해줬나저와 같은 실수를 안 하려면 한 가지 질문부터 해야 합니다. 그 합의문에 실제로 뭐가 담겼는가. 6월 17일 서명된 합의문 5조에는 "통항은 60일 동안 무료로 하고, 장기 관리 체계와 통행 수수료는 추후 협상으로 정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재충돌의 ..